일반적으로 사람들은 쾌락이라 하면 감각적 쾌락이나 성적인 쾌락을 생각한다. 그러나 에피쿠로스는 그러한 오해에 대해 강력하게 반대한다. 그가 말하는 쾌락은 신체 영역의 고통의 완전한 부재 상태와 영혼 영역의 완전한 안정이다. 이것을 에피쿠로스는 잔잔한 바다 표면에 비유하기를 즐겼다.

그러한 상태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이성이 필수조건이다. 무한히 커지는 감각적 욕구를 조절하고 그것이 결과적으로 영혼의 평정을 해치지 않도록 판단하는 것이 바로 이성이다. 에피쿠로스는 감각적 쾌락과 여러 가지 욕구에 대한 조심스런 접근과 정신적 평안을 우위에 둘 것을 강조하는 이성주의로 일관하고 있다.

출생에서부터 죽을 때까지 온갖 크고 작은 것들을 항상 갈망하며 소유하기를 강요당하는 현대인들에게 에피쿠로스의 쾌락의 철학은 진정한 풍요로움과 힘, 행복이 무엇인지를 판단하는 하나의 근거를 제시해 줄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그의 철학은 아주 섬세한 삶의 기술이다.

에필로그
 이 세상에는 우리에게 쾌락을 주는 대상들이 무수히 많고 각각의 대상은 각기 다른 질과 양의 쾌락을 부여한다. 그 많고 많은 쾌락을 간단히 두 가지로 구분한다면 하나는 오관의 감각으로 느끼는 감각적 쾌락이고, 다른 하나는 정신적 쾌락이다. 이것은 다른 말로 육체적 쾌락과 영혼의 쾌락이라고도 할 수 있다. 정신적 만족감은 보통 쾌락으로 표현되기보다는 기쁨이나 행복이라고 표현된다.

에피쿠로스가 추구하라고 권하는 쾌락은 육체적, 감각적 쾌락이 아니라 영혼적 정신적 쾌락이다. 영혼적 쾌락이란 기뻐 날뛰는 열광의 상태가 아니라 잔잔한 바다 표면과 같이 안정되고 고요하며 평정된 영혼의 상태이다. 그런 상태를 위해서는 첫째로 육체적 고통이 없어야 하며, 둘째로 영혼의 불안이 없어야 한다.

감각적 쾌락은 만족의 한계를 모르며 완전한 충족도 불가능하나, 영혼적 쾌락은 어느 정도까지 완전한 만족이 가능하다. 영혼적 쾌락을 얻는 데는 즉, 고요하고 평온하며 자족한 영혼적 상태에 이르는 데는 이성이 필수 조건이다. 명료한 이성적 사고로써 사물의 이치를 파악하고 죽음에 대해 올바로 인식함으로써 우주의 변화나 죽음에 대한 두려움을 없앨 수 있고 이성적 사고로써 삶에서의 중대한 일들에 미리미리 대비할 수 있다.

이성으로써, 무한히 커지는 육체적 욕구를 조절하고, 생존을 위해 자연 상태가 요구하는 정도의 소박한 요구의 만족에서 자족할 수 있다. 우리의 생존을 위해서는 많은 재산도 명예도 권력도 불필요하다. 굶지 않고 갈증도 없으며 다른 신체적 고통이 없으면 그것은 육체의 최선의 상태이며 영혼 안정의 기본 조건이다.

또한 불안이 없는 평정된 영혼의 상태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이 세상에서 한 발짝 물러나서 조용히 사는 것이 좋다. 다른 한 편으로 에피쿠로스는 이웃과의 우애와 친구들과의 우정을 끊임없이 강조한다.

에피쿠로스의 쾌락론에서는 이성적 인식과 사고, 이성에 의한 요구의 절제와 자족이 수미일관 부각되고 있다. 감각적 쾌락의 추구의 결과가 결과적으로 영혼의 평정을 해치지 않도록 행위에 앞서서 멀리 내다보아야 하며, 지나치고 쓸데없는 소유욕으로 평생토록 만족과 행복이 없는 삶 속에 머물지 않도록 해야 한다. 에피쿠로스는 감각적 쾌락과 여러 가지 욕구에 대한 조심스런 접근과 정신적 평안을 우위에 둘 것을 강조하는 이성주의로 일관하고 있다.

나의 생각으로는 어떤 쾌락이든 그것이 악한 행위의 결과가 아니라면, 쾌락과 만족이 많을수록 좋은 삶이다. 그러나 쾌락을 행위와 삶의 목표로 설정할 것이 아니라 쾌락은 삶의 도약을 위한 수단과 행위의 부산물이 되어야 한다. 행위를 마음대로 의도할 수 있으나 쾌락과 같은 행위의 결과는 마음대로 의도할 수 없는 것이기 때문이다. 쾌락적 삶은 희망이지 목표일 수는 없다.

이 책은 요하네스 메발트가 엮은 에피쿠로스의 [쾌락의 철학]에서 발췌하여 편역하고 각 아포리즘?단장마다 해설을 추가시킨 것이다. 해설에서, 될 수 있는 한 에피쿠로스의 진의를 전달하려고 노력했으며, 동시에 현시대의 상황에 맞는 예를 들기 위해 노력했다.

001. 아포리즘.단장
002. 에피쿠로스의 쾌락론에 대하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