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 오스터 문학세계의 바탕이 된 경험담들을 써내려간 에세이집. 오스터는 소설에서 '우연의 미학'을 즐겨 다룬다. 그는 한 인터뷰에서 '우연은 현실의 일부다. 우리는 늘 우연의 힘에 의해 형성되고 있으며, 전혀 예기치 않은 일들이 우리 인생에서는 엄청날 만큼 일상적으로 일어난다'고 말한 바 있다.
이 짤막짤막한 산문들에는 그의 이러한 세계관이 고스란히 담겨 있어, 그의 소설-상상의 세계로 통하는 열쇠를 발견할 수 있다. '소설보다 더 기이한 현실'을 만날 수 있는 폴 오스터의 비망록.
그는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고 어떻게 바뀔지도 모르는 삶의 페이지들을 엿본다. 타버린 양파 파이, 잘못 걸려 온 전화, 벼락에 맞은 어린 소년, 지붕에서 떨어진 남자, 파리의 한 호텔에서 발견된 메모... 한없이 행복한 그 순간 바로 옆에 절망의 심연이 입을 벌리고 있으며, 아무리 비참한 상황 속에서도 믿기 어려운 구원이 찾아올 수 있다는 '우연의 미학'. 속도감 있게 진행되는 기이한 사건들과 예측할 수 없는 미래가 보통의 이해를 넘어서는 또 다른 세계를 통찰하게 한다.

빨간 공책
 우연한 사건 보고
 스윙을 하지 않으면 아무 의미도 없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