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을 펴낸 목적 중의 하나는 마르크스주의 경제학자에게나 비마르크스주의 경제학자에게 모두 충격을 주었던 세계자본주의경제가 전후 장기간 동안 높은 성장을 보인 원인을 구명하려는 것이다. 동시에 이러한 성장이 내포한 한계를 밝히고 성장률이 훨씬 둔화되는 세계자본주의의 사회적 경제적 위기가 심화되는 시기가 뒤따를 수밖에 없다는 점을 밝히려는 것이다.

이 책의 기본 목적은 ‘자본 일반’이 보이는 제 운동법칙을 ‘다수 자본’이 드러내는 구체적인 현상형태들을 분석하는 데 적용하여, 20세기에 접어들어 자본주의 생산양식이 밟아온 역사를 설명하려는 것이다.

주의해야 될 점을 두 가지 짚고 넘어가기로 하자.

첫째, ‘후기 자본주의 Late Capitalism'라는 용어를 쓴다 해서 『자본론』과 레닌의 『제국주의론』을 낡은 것으로 할 만큼 자본주의의 본질이 변했다는 것은 결코 아니다. 레닌이 『자본론』-마르크스가 발견했던바 자본주의 생산양식의 전 전개과정을 지배하는 일반법칙들의 확증으로서-에 기초해서 『제국주의론』을 전개했듯이, 우리도 레닌의 『제국주의론』을 기초로 해서만 후기 자본주의를 분석해낼 수 있다. 후기자본주의 시기는 자본주의의 전개과정에서 무슨 새로운 시기는 결코 아니며, 제국주의적 독점자본주의 시기의 가일층의 전개과정일 따름이다. 따라서 레닌이 해부한바 제국주의 시기의 특징들은 후기자본주의에서도 엄연히 유효하다.

둘째, ‘후기자본주의’라는 용어-종합적 의미보다 연대기적 의미가 강한 용어라서 불만족스러운-보다 좋은 용어를 제시할 수 없다는 점은 유감이다. 이 책 16장에서는 그래도 이 용어가 ‘국가독점자본주의’라는 용어보다 적합한 이유를 설명할 것이다. 이 용어가 ‘신자본주의’-개념이 모호하기 때문에 고전적 자본주의와 연속된 것, 또는 단절된 것으로도 해석된 소지가 있다-라는 용어보다 우월하다는 점은 자명하다. 이에 관해서는 논의가 진행되고 있기 때문에 곧 종합적 의미를 담은 보다 좋은 용어를 찾아낼 수 있을 것이다. 그래도 가장 쓸모있고 중요한 점은 용어가 아니라 현재 진행 중인 역사의 전개과정을 설명하는 것이므로, 그 동안에는 ‘후기자본주의’라는 개념을 계속 사용할 것이다.

최근에 마르크스주의 경제이론이 부활하는 현상과 함께 피에로 스라파가 대표하는 신리카도주의 입장의 소위 케임브리지학파는 ‘신고전학파’의 한계주의에 대해서 신랄한 비판을 가한다. 노동가치론이 복권되는 일은 반가운 현상이지만 신리카도주의와 마르크스주의가 실제로 통합될 수는 없다. 마르크스가 리카도를 뛰어넘어 이룩한 모든 성과들-신리카도주의 이론가들은 이를 부인하려고 노력한다-은 평가받을 만한 가치가 있다. 이 책에서는 이 두 이론체계 간의 관계를 직접 취급하지는 않는다. 평균이윤율이 형성되는 데 있어서 무기생산이 행하는 역할을 둘러싼 문제, 즉 9장에서 간략하게 논의되는 바 가치의 가격으로의 전형문제를 제외하고는 그렇다.”

위는 E. 만델의 『후기자본주의』 서문에서의 발췌이다. 만델은 국제트로츠키주의 운동에서의 한 부분을 대표했던 지도자였으며, 마르크스주의 경제학에도 깊은 발자취를 남긴 뛰어난 이론가였다(그는 1995년에 사망했다). 『후기자본주의』는 1972년에 독일어판으로 처음 발간됐고, 이후 세계 각국에 번역되어 읽힌 그의 가장 유명한 주저이다. 한국에서는 이범구에 의해 번역되어 1985년에 출판됐다(그런데 한국어판은 원본이 아닌 영어판을 번역한 것이다).
이 유명한 책을 그동안 책꽂이에 모셔놓기만 했다가, 이대로 방치했다가는 아마도 책이 썩어날 때까지 읽어볼 것 같지 않아 모처럼 굳게 마음먹고 꺼내들었다. 85년에 나온 책이 아니랄까봐 요즘 출판된 책에서는 거의 찾아볼 수 없는 작은 활자와 빽빽함, 그리고 전화번호부만한 두께 때문에 끝까지 읽어낼지는 자신이 없다.

『후기자본주의』가 1972년에 발간된 이후로 세계자본주의경제는 만델이 서문에서 “성장률이 훨씬 둔화되는 세계자본주의의 사회적 경제적 위기가 심화되는 시기가 뒤따를 수밖에 없다”고 예측한 대로 ‘장기하강’ 또는 ‘장기침체’, ‘구조위기’라고 부를 수도 있는 현상을 지금까지 겪고 있다. 물론 만델이 자본주의 황금시대가 그 빛을 결코 잃지 않을 것 같았던 시기가 아닌, 장기호황이 붕괴하고 세계자본주의가 장기침체의 터널로 빨려 들어가고 있던 1965~72년 사이의 어딘가에서 『후기자본주의』를 집필했다는 사실이 그의 작업에 큰 도움을 주었을 것이라는 점을 의심할 수는 없다. 그러나 이 점이 그의 작업이 갖는 특별함을 훼손하지는 않는다. 이는 전후 세계자본주의의 성공을 정당하게 평가하면서도 70년대 초반 당시의 세계경제 위기가 일시적인 경기후퇴가 아닌 적어도 수십 년간은 지속될 장기하강의 시작점이라는 것을 단언했던 극히 드문 연구들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주류경제학의 편집증적인 연구들이나 스탈린주의의 주문과 같았던 ‘일반적 위기론’ 같은 것들 사이에서 만델의 연구는 기념비적이다.

우리는 『후기자본주의』서문에서 맑스와 레닌 다음에 자신의 이름을 놓고 싶었던 만델의 조심스러운 욕망을 읽을 수 있다. 만델은 ‘후기자본주의’ 개념과 함께 자본주의 역사를 ‘경쟁 자본주의-제국주의적 독점자본주의-후기 자본주의’로 나눌 것을 제안한다. 그리고 독점자본주의 시대에 레닌의 『제국주의론』이 맑스의 『자본론』을 보완했듯이, 레닌이 죽기 1년 전(1923년)에 태어난 자신이 『후기자본주의』를 통해 맑스와 레닌을 보완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

난 만델이 자신의 바람을 얼마나 성취해냈는지에 대해서는 지금 전혀 모른다. 다만 그를 응원하지 않을 수는 없는데, 그동안 경제학에 대한 몇 권의 독서를 통해서 만들어진 갈증에 목말라했기 때문이다. 19세기 후반과 양차대전 동안의 제국주의 시대에 비교하여 전후 자본주의는 분명 많은 변화를 겪었는데, 그럼에도 현대적 변화의 총체성을 온전히 재현해낸 것 같은 연구들을 아직은 접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국가독점자본주의론’은 현대적 요소들을 통합해내기에는 이미 낡고 폐쇄적인 연구프로그램 같으며, ‘금융적 축적체제’ 같은 것은 맑스주의의 기본명제를 쉽게 포기한다. 물론 『후기자본주의』에 대해 무한정 기대를 품을 수는 없다. 『후기자본주의』는 소련 해체 이후 변형된 세계와 우리가 지금 신자유주의로 일괄해 부르고 있는 것들을 연구대상으로 삼을 수는 없었다.

이제 나는 만델의 안내에 따라 후기자본주의 속을 걸어 다닐 것이다. 그 끝에서 혁명이론의 갱신을 만날 수 있기를 바란다.
(출처:http://blog.naver.com/PostView.nhn?blogId=ula007&logNo=20111175826)

만델에 대한 위키피디아의 소개:

에르네스트 에즈라 만델(Ernest Ezra Mandel, 1923년 4월 5일 ~ 1995년 7월 20일)은 1923년 4월 5일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태어났다. 젊은 시절 앤트워프(Antwerp)에서 국제 트로츠키주의자 운동단체인 ‘제4인터내셔널’(the Fourth International, 약칭 FI) 벨기에 지부에 가담한 그는 본명 이외에 에르네스트 제르마인(Ernest Germain), 피에르 구세(Pierre Gousset), 앙리 발린(Henri Vallin), 월터(Walter) 등 다양한 가명을 사용했다. 만델의 아버지 앙리 만델(Henri Mandel)과 어머니 로자 만델(Rosa Mandel)은 폴란드에서 독일로 망명한 유대인이었는데, 아버지는 로자 룩셈부르크(Rosa Luxemburg)와 칼 리프크네히트(Karl Liebknecht)가 지도한 스파르타쿠스 동맹 조직원이었다. 에르네스트의 첫 대학 입학은 독일 점령군(역주 : 2차대전 당시 독일의 벨기에 점령군)의 대학 폐쇄에 의해 중단되었다.

제2차 세계 대전 기간 동안 만델은 항독(抗獨) 레지스탕스 활동 중 두 번 체포되었고 두 번 탈출했다. 그러다가 도라(Dora)에 있는 나치 강제수용소에서 수감되었으나 살아남았다. 2차 세계대전 종전 이후에는 벨기에의 트로츠키주의자 지도자 및 제4인터내셔널 국제서기국(당시 총서기는 미셸 파블로[Michel Pablo])의 가장 젊은 서기가 되었다. 그는 명쾌하고 생동감 있는 다작의 저술로 이름난 정통 맑스주의 이론가로, 그리고 인기 있는 논객으로 존경 받았다. 그는 1940년대와 1950년대 , , , 등 수많은 매체에 글을 기고했다. 냉전의 최절정기에 그는 사회민주주의자이자 훗날 네덜란드의 총리가 된 Joop den Uyl과의 논쟁에서 마르크스주의의 이점에 대해 공개적으로 변론했다.

1946년 제4인터내셔널 국제회의 이후, 만델은 제4인터내셔널 국제서기국 수뇌부에 선임되었다. 재4인터내셔널의 입당 전술에 따라, 그는 벨기에 사회당에 입당하여 당내 정파인 ‘전투적 사회주의 경향’(militant socialist tendency)의 지도자 및 사회주의 신문인 [와 플라망 어 버전 자매지 『Links』]의 편집인이 되었다. 또한 벨기에 노총(General Confederation of Labour of Belgium) 경제 연구위원회 위원 및 생디칼리스트 앙드레 르나르(Andre Renard)의 보좌관이 되었다. 그와 그의 동료들은 오래지 않아 벨기에 사회당과 기독교 사회주의자들과의 연정(역주 : 사회당과 보수당 사이의 연립정부) 및 파업규제법에 반대하는 총파업을 주도한 탓으로 당으로부터 축출되었다.

1963년, 만델은 제4인터내셔널 국제서기국과 1953년 이후 제4인터내셔널에서 탈퇴한 제임스 캐넌(James Cannon)의 미국 사회주의 노동자당(Socialist Workers Party)이 지도하는 공개 정파 제4인터내셔널 다수파 국제위원회(the International Committee of the Fourth International) 간 재결합의 주요 발기인이 되었다. 두 정파 간의 재결합으로 제4인터내셔널 통합서기국(the United Secretariat of the Fourth International, 약칭은 USFI 또는 "Usec")이 형성되었다. 1995년 죽을 때까지 만델은 제4인터내셔널 통합서기국(USFI)과 제4인터내셔널 벨기에 지부인 SAP-POS(사회주의노동자당)의 가장 저명한 지도자이자 이론가로 활동했다.

1962년 프랑스에서 그의 가장 대중적인 저작인 <맑스주의 경제이론>(Marxist Economic Theory)가 출간될 때까지 만델의 맑스주의 관련 글들은 수많은 가명으로 쓰여졌으며 그의 제4인터내셔널 활동 역시 좌파 진영 외부에서는 거의 알려지지 않았다. 그는 다시 대학 공부를 시작하여 1967년 파리에서 파리대학교 에콜 프라티크 데 조트제튀드(Ecole Pratique des Hautes Etudes, 인류학자 레비-스트로스가 1950년부터 1974년까지 재직한 명문학교)를 졸업했다. 1968이 되어서야 만델은 유럽과 미국의 대학 캠퍼스를 순회하며 벌인 사회주의, 반제국주의, 혁명에 대한 강연 활동으로 인해 저명한 인물이자 맑스주의 정치가로서 세상에 알려졌다.

서독으로부터 공식적으로 추방당했음에도(그리고 미국, 프랑스, 스위스, 호주 등을 포함한 다른 나라로부터도 여러 차례 추방당했음에도), 만델은 1972년 (그가 몇 달간 강의한) 베를린 자유대학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했으며, 주저 <후기자본주의>(독일어 원본 제목은 로 1972년 출간, 영어판은 NLP Humanities Press에서 으로 1975년 런던에서 출간, 한국어판은 1985년 이범구씨의 번역으로 한마당 출판사에서 <후기자본주의>라는 제목으로 출간)를 출간했다. 그 후 그는 벨기에 브뤼셀 자유대학에서 강사 자리를 획득했다. 1978년 그는 영국 케임브리지 대학 알프레드 마셜(Alfred Marshall) 강좌에서 자본주의 발전의 장기파동 이라는 주제에 대해 강연했다.

만델은 자신과 견해가 달라도 정치적인 억압으로 고통받는 수많은 좌파 지식인들을 옹호하는 활동을 벌이고, 제3세계가 선진국에 진 채무를 탕감하자는 운동의 투사로 싸웠으며, 소련에서 미하일 고르바초프가 집권한 이후 1936~1938년 모스크바 재판(역주 : G.E.지노비에프, L.B.카메네프, 라데크 등 1917년 10월 혁명에 참여한 소련공산당 원로들이 국외에 망명 중인 L.D.트로츠키 및 제국주의자와 공모하여 소련체제를 전복할 음모를 꾸몄다는 혐의로 기소, 처형된 공개재판. 1956년 흐루시초프는 ‘스탈린 비판’ 이후 공식적으로 모스크바 재판이 고문에 의해 날조된 것임을 시사하였다)에서 기소되어 처벌받은 인사들의 복권을 청원하는 데 앞장섰다. 70대 때는 자유롭고 민주적인 사회주의의 비전을 방어하기 위해 러시아를 여행하기도 했다.

만델은 일생동안 대략 2,000개의 글(article)과 30여권의 책을 집필했는데, 여러 나라의 말로 번역되었다. 게다가 그는 많은 책을 편집하거나 발간하는 데 기여했으며, 두꺼운 분량의 편지들을 간수했고, 국제 연대를 위한 발언을 계속했다. 그는 자신의 임무를 스탈린주의와 냉전의 경험으로 변형된 고전적인 맑스주의 사상의 유산들을 새로운 세대에 전승하는 것으로 간주했다. 그리고 만델은 학자와 운동가 세대의 중요한 맑스주의 개념 이해에 있어 광범위한 영향을 끼쳤다. 그의 저술에서 가장 인상적인 것은 아마도 창조적이고 독립적인 사고와 맑스주의 정통 교리의 엄격한 고수 사이의 긴장일 것이다.

그는 아마도 가장 지칠 줄 모르고 기본적인 맑스주의 사상을 합리적이고 대중적으로 펼쳐낸 사람으로 기억될 것이다. 또한 후기 자본주의와 장기파동 이론에 대한 저작들과 트로츠키주의 운동에서의 지적이고 도덕적인 권위로도 기억될 것이다. 그러나 그의 비판자들은 만델이 스탈린주의에 너무 온화한 자세를 보이고(역주 : 이것은 트로츠키주의 버전의 비판이다. 스탈린주의를 ‘국가자본주의 체제’라며 서유럽과 미국의 자본주의보다 더욱 적대시하는 트로츠키주의자들 눈에는 소련 등 현실 사회주의국가를 ‘자본주의 국가는 아니지만 이상적인 사회주의 국가도 아닌 기형적인 노동자 국가’로 파악하는 만델이 스탈린주의에 ‘너무 온화하다’고 보일만 했다), 경제 이론화가 절충적이고 비체계적이었으며, 지나치게 낙관적인 정치가이자, 자본주의 체제 내 개혁의 지지자이거나(역주 : 심지어 만델에게 ‘사회민주주의자’, ‘개량주의자’라는 딱지가 붙기도 했다!), 행동보다 말을 더 많이 한 사람으로 비난했다.

만델을 모델(‘백과사전’과 ‘컴퓨터’를 연상할만큼 박식한 에즈라 아인슈타인 Ezra Einstein이 주인공으로 등장하는)로 한 풍자적인 소설은 타리크 알리(Tariq Ali, ‘68혁명 당시 영국 학생운동 지도자이자 현재 영국 좌파 운동의 거물로서 만델로부터 직접적으로 가르침을 받았음)  (Chatto & Windus 1990 (ISBN 0701133945), Picador, 1991)이다.

서문 ..... 11
제1장 자본의 운동법칙과 그 역사..... 17
제2장 자본주의 세계시장의 구조 ..... 47
제3장 근대 자본주의 발전에 있어서 잉여이윤의 세 가지 주요 원천..... 76
제4장 자본주의 역사에 있어서의 장기파동 ..... 107
제5장 후기자본주의에서의 자본의 증식·계급투쟁 및 잉여가치율 ..... 144
제6장 제3차 기술혁명의 특수한 성격 ..... 180
제7장 고정자본 회전기간의 단축과 기업계획 및 경제계획으로의 압력..... 219
제8장 기술혁신의 가속화..... 243
제9장 항구적 전쟁경제와 후기자본주의..... 268
제10장 자본의 국제적 집적과 집중 ..... 303
제11장 신식민지주의와 부등가교환 ..... 335
제12장 서비스 부문의 확대, '소비사회'와 잉여가치의 실현..... 368
제13장 항구적 인플레이션 ..... 398
제14장 자본주의의 산업순환 ..... 430
제15장 후기자본주의시기의 국가..... 466
제16장 후기자본주의시대의 이념..... 491
제17장 총체로서의 후기자본주의..... 513
제18장 자본주의적 제생산관계의 위기..... 550
용어해설 ..... 576
참고문헌 ..... 584
옮긴이의 말 ..... 60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