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대는 동경 근교에 있는 수도원. 주인공인 청년 로우는 아무런 이유없이 사람을 죽이고 이전에 유년시절을 보냈던 이 수도원으로 피신한다. 주인공에게는 금욕적이고 조용한 공간으로서의 수도원이 아닌 피와 정액 냄새만이 감도는 폐쇄된 사회일 뿐.

수도원에서 수녀와 섹스를 하는 주인공 로우의 머리 속에 돌연 떠오른 것은 '모든 감정의 본질은 반복에 있다'는 깨달음이다. 반복은 지금 몸 속에서 자신의 허리를 움직이게 하는 그런 성행위 동작만이 아니라 '반복적인 기도문을 외우는 것에 따라 즉, 반복이 기도의 쾌감을 가능하게 하는 것'이라고 로우는 생각한다.

그리고 기독교에서 성을 혐오하고 기피하는 것은 '쾌감이라는 찰라의 감정에 이끌려, 기도보다 이해하기 쉬운 형태로 간단히 자아가 없는 반복의 경지에 끌려가기 때문'이고, 이것이 곧 종교의 본질이라고 나름대로 결론을 맺는다.

사랑과 폭력이 작품의 여러 부분에서 보이곤 있지만 그것이 전적인 테마는 아니다. 종교에 대한 물음 때문에 지은이는 주인공 로우를 거칠고 난폭하게 묘사할 뿐이며, 가톨릭에 국한된 것이 아닌 현대 종교가 가진 위선과 이중성을 비난하고 있는 것이다.

1998년 상반기 119회 아쿠타가와상 수상작인 이 작품은 과도한 성묘사와 정서 문제로 청소년 유해도서로 판정이 내려진 후 일본 문학계와 갈등을 일으키기도 했다.

1. 게르마늄의 밤
2. 왕국의 개
3. 무도회의 밤
4. 마광수 교수와의 대담
5. 작가의 말
6. 옮긴이의 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