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역사와 더불어 꽃피워온 얼ㆍ말ㆍ글의 아름다움을 만나볼 수 있도록 구성된 「한국대표 명시선 100」 김남조 시인의 시집 『가슴들아 쉬자』. 독자들의 사랑을 받으며 올해로 등단 60년을 맞은 원로 시인 김남조의 자선시 55편을 수록해 시의 정수를 만나볼 수 있도록 구성하였다.

육체가 정신을 한때나마 제압할 수 있다면 저인적 지향인 각 사람의 절대가치는 어찌 되는 것이며 궁극에 있어 사람은 무엇으로 사람일 수 있겠는가 등을 생각하며 자신만의 작품세계를 펼쳐나가는 저자의 시세계를 만나볼 수 있다. ‘서녘’, ‘편지’, ‘사랑의 말’, ‘그대 세월’, ‘다시 봄에게’ 등의 시편들이 수록되어 있다.

☞ 이 책에 담긴 시 한 편!

달밤

 문을 조금 열어 주면
 너는 어스름 들여다본다
 문을 좀 더 열어 주면
 거뭇한 역광으로
 안을 내내 들여다본다

 두 짝 대문 다 열었더니
 너는 들어오지 않고
 하늘 높이 솟아올라
 비단피륙만 드리우네

 옛날의 사람 하나도
 너처럼만 하더니만
 제 몸은 아니 오고
 피륙 한 필 풀더니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