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는 오에 겐자부라는 노벨 문학상을 수상한 거장이 있다. 그 후에는 그도 이해할 수 없을 수밖에 없는 무라카미 하루키가 있었다. 아마도 시마다 마사히코는 무라카미 하루키 본인도 이해할 수 없는 작가라고 칭할 만한 인물이라고 한다. 1961년에 태어나서 1984년에 문예 신인상을 받았을 정도고 아직도 젊은 나이이며 하루키와는 세대가 다르니 그럴만도 하겠다는 생각을 한다. 하지만, 내용은 상상을 초월한다. '로코코 거리'는 우연히 처음 읽게 된 이 작가의 소설인데, 시작부터 당황스러움을 금할 수가 없게 된다.

작가의 상상력을 동원한, 가상 소설이라고 칭해지는 이 소설의 스토리는, 원래 소설 자체가 'fiction'이라고 일컫어짐에도 불구하고, 기존의 사실주의에 근간을 둔 소설물과는 차원이 다른 '가상현실적'인 내용이다.

말하자면 이런 겁니다. 만약 니체가 매춘굴에 다니는 걸 어느 때부터인가 그만두었더라면 매독에 의한 정신 착란에 걸리는 일 없이 현대인을 저주하는 좀 더 많은 책을 썼을지도 모른다. 시저가루비콘 강을 건너지 않았더라면 원로원에서 '브루투스여, 너마저도'라고 부르짖는 일도 없었을지 모른다. 예수 그리스도가 마구간이 아니라 창고에서 태어났더라면, 그리스도교는 지상에 존재하지 않을 지도 모른다... - 본문 中 -

이러한 맥락에서 '로코코 거리'는 도쿄의 '가능세계'로서 등장한다. 그러니까 만약 도쿄가 산업도시가 아닌 이상적인(작가의 말로는;) 도시였다면 지금 도쿄는 도쿄 교외에 있는 '로코코 시'와 같은 모습이 되어있을 거란 얘기다. 이러한 상황과 관념 자체는 일상생활에서도 보통사람에게도 수없이 떠오를 만한 것이다. 우리도 항상 '내가 만약...다면...어떨까?'하는 생각을 하지 않던가? 하지만, 우리는 그 가상세계의 경우가 너무 많다는 이유로, 그 모든 가상세계를 '우연'이라고 치부해 버린다. 하지만 작가는 이러한 가상세계를 인정하고, 권말에서는 더 나아가 스케일을 크게시리, '로코코 시'는 단순히 도쿄의 가상세계 뿐만 아니라, 수백만개가 넘는 지구와 같은 행성에서 일어날 수 있는 모든 가상세계로 통하는 입구로 정의를 하면서, 이러한 가상세계에 대한 옹호적인 입장으로 글을 맺는다.

어떻게 보면 말도 안되고, 스토리도 황당무계하다고 밖에 보여질지도 모르지만(사실 왠만한 무협지보다 황당하다;;;), 작가의 능력은 이를 극복한다. 인문과학에서 물리학에 이르는, 가만히 읽고 있기만 해도 작가의 박심함이 느껴지는 문장과 인용문 하나하나는 그가 달변 자체임을 말해준다. 우리나라 소설에서는 감히 상상할 수 없는 스토리와 구성은 어떻게 보면 억지스러워 보이지만, 어떻게 보면 감히 새로운 경험, 더 나아가 세계를 접하는 것 같다. 사실 이 후에 이 작가의 다른 소설, '천국이 내려오다'을 읽었는데, 확실히 그는 한마디로 비범하다고(꼭 좋다고 말할 수는 없겠지!) 해야할 것 같다. 그만큼 이 책을 읽고 재미(어쩌면 전율일지도)를 느끼려면 그만큼 독자가 용기를 가져야 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