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문화를 제대로 알고, 찾기 위한 노력들이 많이 이루어지고 있지만 실제로 그 노력들은 너무 단편적이기 쉽다. 우리의 문화유산이 어떤 것이 있으며 어떤 역사를 가지고 있는지에 대해서만 늘어놓을 뿐이다. 거기 담긴 의미를 바르게 짚어내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아주 만족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그런 작업을 위한 시도를 보인 것이 바로 이 책이다. 여기 담긴 문화유산들은 많지 않다.

하지만 다른 책들과 차별되는 특징은 우리 문화를 이야기하면서 거기엔 어떤 의미가 담겨져 있는지, 왜 그런 것인지 저자 나름대로의 해석을 꾀한다. 그럼으로써 우리는 문화에 대해 한 걸음 더 깊이 들어설 수 있다.

또 하나, 저자는 조심스럽게 서양 문화와 비교를 한다. 우리의 것을 이야기하면서 쉽사리 저지를 수 있는 실수 중의 하나가 어설픈(게다가 배타적이기까지 한) 민족주의를 내세우는 것인데, 다행히 그런 것은 거의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저자가 서양 문화를 언급하는 것은 우리 문화를 좀더 쉽게 이해시키기 위한 접근방법이다.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까닭인지 꽉 짜여진 느낌은 없지만, 그만큼 쉽고 편하게 접근하도록 배려했다고 말할 수 있다. 이 책의 목적은 우리 문화에 대한 관심을 높이자는 것이지 논문을 쓰려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 임지호(1999-04-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