늙은 화가의 삶을 소재로 '예술가란 무엇인가'를 탐구한 소설. 미불(米佛)이라는 법명을 가진 화가 이평조가 마지막 삶을 예술로 불태우는 과정을 그렸다. 작가가 오랫동안 천착해 온 '인도'와 '경주'를 비롯해 예술과 에로티시즘 등 자신이 경외하고 동경하던 모든 대상을 소설 속에 녹여 냈다.

화가 이평조는 일흔이 넘은 나이에도 화가로서의 정열과 성에 대한 탐닉을 멈추지 않는다. 수묵 중심의 동양화를 거부하고 색채와 구도로써 한국화의 경지를 열어 온 그는 평단의 인정에 안주하지 않고, 모든 익숙한 것을 버린 후 인도로 떠난다.

미불은 인도에서 성과 속, 미와 추, 완전과 불완전에 대한 해답을 찾기 위해 구도의 체험을 하고 그곳에서 왕성한 활동을 계속한다. 그러나 그는 곧 암진단을 받게 되고 정인(情人) 진아는 자신에 대한 대우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미불의 그림과 집에 가압류 처분을 내린다. 생의 마지막에 남은 모멸과 고통, 미불은 그것조차 신에게 맡기지 않고 스스로 껴안는다.

정인(情人)
미친 개나리
여름은 다시 돌아오지 않으리
나, 저녁 산책길에 신을 만난다면

작가의 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