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도 친구가 될 수 있다!"
아이들에게 책이란 무엇일까? 때로는 읽어내야만 하는 짐 같은 존재이기도 하고, 때로는 무언가를 얻어내는 창고이기도 하다. 동화책은 어떨까? 웃음이 솔솔 묻어나는 재미난 이야기 또는 슬프거나 억울했던 일을 꼭 집어낸 이야기는 아이들에게 친구나 동지가 되어줄 수 있다. 그러나 워낙 할 일도 많고 놀 것도 많은 요즘, 책의 그런 역할에 기대는 아이들이 얼마나 될까?

작가 김향이는 그런 아이들에게 책이 얼마나 좋은 친구인지, 책 속에서 얼마나 많은 것을 얻어낼 수 있는지 이야기해 주고 싶었던 것 같다. 그리고 생각을 주고받는 대화 상대로 책을 의인화한 설정이나 책 속의 이야기라는 액자식 구성, 실제 이 모든 것들이 살아 움직이는듯 표정이 생생한 그림을 보면 작가의 의도는 꽤나 성공적이다.

'나는 책이야'란 이 책의 주인공 이름으로 책이자 책의 제목이다. '나는 책이야'는 그 이상한 이름 때문인지 아무도 자신을 데려가 주지 않아, 도서관 책장에 눌러 앉은채 슬픔에 쌓여 있었다. 어느날 한 아주머니가 '나는 책이야'를 손에 뽑아든다. 그러나 하얀이네 집에 가게 되었다는 기쁨도 잠깐, 역시나 하얀이는 '나는 책이야'에게 별 관심을 갖지 않는다.

이런 저런 사정 끝에 '나는 책이야'는 드디어 하얀이와 인사를 나눈다. 그 때부터 '나는 책이야'와 그 안에 숨어있던 개똥벌레, 비닐봉지 미끈이, 마음 착한 멧돼지, 꽃씨 품은 면장갑은 하얀이에게 자신들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무엇보다 교훈적인 내용까지도 그 교훈이 바깥으로 드러나지 않게 포장한 솜씨가 매력적이다. 작가는 아이들이 책을 그다지 달가워하지 않는다는 것까지도 충분히 꿰뚫고 있다. 그래서 도식적인 상황으로 하얀이를 억지스럽게 끌어들이는 대신 충분히 납득할 수 있는 전개로 이야기를 풀어간다.

또 하나의 재미는 발랄한 그림. 그린이 김유대는 책, 비닐봉지, 면장갑 심지어는 ㅂ, ㅎ, ㅏ, ㅑ와 같은 글자들까지도 익살스런 표정을 드러내는 그림으로 책을 재미나게 만든다. 만화적 생동감이 넘쳐 흐른다고도 말할 수 있을 그림에는 등장하는 모두가 각자의 생명을 가지고 움직이고 있다.

책이 자신의 이야기를 스스로 열어보이며 아이와 친구가 된다는 상상력과 그 상상력을 뒷받침하는 그림이 잘 어우러진, 그야말로 '친구'가 되어줄만한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