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가가기 쉬운 율동적인 언어로, 때로는 무당의 주문에 가까운, 때로는 한 곡조의 민요를 연상케하는 이야기시로 민중의 숨결, 민중의 땀냄새를 고스란히 전한 시인이 신경림이다. 이제까지 어떤 시인도 신경림만큼 시골과 도시를 막론한 민중의 특징적인 목소리를 훌륭하고 겸허하고 강렬하게 표현할 수 없었다. 그의 시에 등장하는 민중은 절대로 감성적으로 그려지지 않으며 오히려 독자로 하여금 지극히 예민하고 고통받는 인간으로서 바라볼 수 있도록 한다. 민중시인으로서의 신경림의 명성은 1973년에 출간한 시집 <농무>에 기대있다. 이 시집의 "집단적" 주체인 "우리"(또는 "민중")이라는 화자는 당시의 (1인칭 화자나 시적 화자가 모호했던) 진부한 문학적 관습에 젖어 있던 한국 문단계에 충격을 던져주었다. 이러한 이유로 1974년 제1회 만해문학상을 수상할 맘큼 한국 현대사의 발전에 있어서 이 시집이 가지는 역사적 의의는 컸다. 이로써 <농무>는 가혹한 사회현실에 뿌리를 둔 시가 대중에게 받아들여지는 데에 공헌했으며 이러한 전투적인 이후 80년대의 노동시로 발전하게 되는 발판을 마련하였다. - '도서출판답게' 편집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