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의성 '다인' 시골마을에서 태어난 동양화가 양순열씨(52)가 미술인생 40년을 돌아보면서 나이 오십의 향수를 담아낸 대형화집 '시간의 바다를 깨우다'를 출간했다.

지난 13일까지 대구 인터불고호텔 갤러리에서 전시회를 가진 작가는 전시장에 유화, 오브제, 조각 등 다양한 장르의 품을 선보여 미술인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이번 전시에서 작가는 인간의 기본 가치를 환기시키는 작품들을 주로 선보였다. 오브제로 만든 '아버지의 의자', 아버지의 안전모 등 오늘의한국을 일으키는데 주역을 맡았던 아버지의 의미를 축약한 일련의 작품들은 일만하며 살다 간 이 땅의 아버지들의 리얼리티를 즉물적으로 환기시켰다.

동양화가 양순열. 또 유화 대작 '꿈과 사랑`sy미술관'은 작가가 혼신의 힘을 바친 역작이라고 했다. 이처럼 지난 40년간 생의 뿌리, 영(靈)의 뿌리를 찾기 위해 '미술에 전부를 바친' 작가는 그간의 과정이 '시간의 바다를 깨우려 한 순간'이었다고 한다. 그림을 문학으로 풀어내고 문학을 그림으로 축약시킨 작가의 철학이 깃든 화집 곳곳의 에세이는 50년 삶을 농축시켰음을 수긍케 한다.

동양화를 전공한 작가는 그동안 사군자, 실경산수, 야생화 등을 섬세하고 생생하게 표현해왔다. 하지만 지금은 인간 본질의 문제에 천착하면서 조각, 릴리프, 설치작품으로까지 영역을 확대했다.

이 책에서 그는 "캔버스에 유채로 그리는 유화는 자신이 사람사는 세상으로 눈길을 돌리는 방편이었다." 고 적고 있다.

인간에 대한 관심, 인간간의 관계, 인간이 바라는 것에 보다 진지하게 생각하고 사랑, 꿈, 행복, 희망, 존재, 욕망 등을 때로는 비현실적인 공간으로 이끌어냈다.

'큰 거울'을 배경으로 한 작품 'Dream&Love' 시리즈에 등장하는 여인들은 손이 없다. 이에대해 작가는 '가슴으로 보고 느끼는데 손이 왜 필요한가'라는 해석을 붙였다.

그녀가 깊고 거친 '시간의 바다'를 건너와서 선언한 '예술' 혹은 '미술'이란 어떤 것일까.

"철학이 이성의 바다라면 문학은 감성의 바다다. 감성의 바다와 이성의 바다를 존재하게 만드는 것은 미술이라 의심하지 않는다. 과학의 토양 위에 문학과 철학의 영성이 미술을 적셔줄 때 미술에 꽃이 핀다고 믿는다"고 한다.

미술평론가 김윤수 전 국립현대미술관장은 "한 화가가 스스로 익히고 달성한 자기 고유의 표현양식, 각고의 노력 끝에 획득한 새로운 방식을 시도한다는 것은 일종의 모험에 가깝다. 화가 스스로가 하지 않고는 못배기는 절심함이 성공의 여부를 떠나 평가받을 만한 일"이라며 양순열은 창조적인 화가의 길로 진지하게 걸어가고 있다"고 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