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남동양학술총서'. 400여년 전 유럽 예수회가 중국 선교를 목표했을 때 제일 먼저 한 일은 서양의 기하학적 우주론과 근대지리학의 성취를 바탕으로 세계지도를 만드는 것이었다. 이를 통해 중화주의적 세계상에 균열을 내려 했던 것이다.

현대 과학사는 이후 과정을 서양의 우월한 근대 과학지식이 동양의 중세적 지식사회를 '계몽'했다고 해석해왔다. 서양 천문.지리학을 접한 중국과 조선의 지식사회는 진보적 수용이냐 보수적 거부냐로 이분되고, 전자가 승리했으며, 과학적 진리에 근거한 서구적 근대화는 역사의 자연스러운 발전경로로 간주되었다.

임종태의 <17,18세기 중국과 조선의 서구 지리학 인식 : 지구와 다섯 대륙의 우화>는 이런 기존 해석에 의문을 제기하면서 상반된 세계상을 가진 동서양이 만나 주고받은 상호작용을 집중적으로 조명한 연구서이다. 선교사가 만든 한 장의 지도에서 촉발된 낯선 두 지식세계의 만남이 각각의 지적 전통 속에서 200여년에 걸쳐 독특한 문화적 혼종을 만들어내는 흥미로운 과정을 추적한다.

서남동양학술총서 간행사｜21세기에 다시 쓴 간행사
책머리에

서론
제1장 베드로의 그물: 서구 지리학과 선교
1. 명말청초 예수회 선교사들의 서양 지리학 소개
2. 지구와 아리스토텔레스 자연철학
(1) 하늘과 땅의 기하학적 상응
(2) 대척지와 상하?사방의 상대성
(3) 4원행: 아리스토텔레스 자연철학과 지구설
3. 오대주의 지리학과 선교
(1) ‘지리상의 발견’과 오대주
(2) 조물주가 베푼 정원으로서의 세계
(3) 중화주의 비판과 유럽문명의 미화

제2장 땅에 대한 중국의 논의전통
1. ‘지방’: 땅의 모양에 대한 이상화된 표상
2. ‘지평’: 땅의 실제 모양에 대한 논의들
3. 낙읍과 곤륜산: 땅의 중심에 대한 관념
4. 광대한 세계의 지리학
5. 지리지와 지도의 전통

제3장 17,18세기 서구 지리학 논의의 패턴
1. 서구 지리학에 대한 논의의 확산과 심도
2. 서구 지식체계의 해체와 분산
3. ‘우주론’과 ‘문헌학’: 논의전범의 형성과 역사적 전개
(1) 마음과 이치의 보편성: 명말의 문헌학과 자연철학
(2) 명말청초 문헌학으로의 전환과 청대의 중국기원론
(3) 18세기 조선 학자들의 중국기원론과 자연철학적 사색

제4장 대척지와 대기의 회전: 지구설 논쟁
1. 지평론의 응집
2. 인력과 기: 대척지를 둘러싼 논쟁
(1) 지평론자들의 절대적 상하구분
(2) 인력과 대기의 회전
(3) 청대 학인들의 문헌학과 우주론적 논의의 주변화
(4) 18세기 조선 학자들의 경우: 이익과 홍대용의 설명

제5장 추연과 마떼오 리치: 서구 세계지도와 세계지지의 유통과 영향
1. 서구 세계지리의 유행
2. 서구 세계지리와 추연의 학설
3. 세계지지와 세계지도의 변화
(1) 유교적 우주지
(2) 직방세계의 지구적 확장

제6장 지구와 상식: 서구 지리학과 중화주의적 세계상
1. 지구 위의 중심: 서구 지리학과 중화주의적 세계상의 조정
2. 지구와 상식
3. 지구와 개방적 세계상
맺음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