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양헌 평론집. 저자가 푸줏간과 물고기의 아득한 거리를 가늠하며 1999년까지 쓴 평론 중에서, 어떻게 문학 '비평'을 넘어 비평 '문학'의 영토에 닿을 수 있는지 모색한 평론들을 선별하여 엮었다. 저자는 비평 주체를 드러내거나 허구의 옷을 걸치기도 하면서, 다른 갈래의 형식을 변용하고 역사와 과학의 문체를 빌리기도 하면서 다양한 문학작품들을 비평하였다.
 
이 책에는 90년대 시의 소통 불능과 신생의 가능성, 정육점과 고기의 이미지, 나무를 둘러싼 시적 상상력 등에 관한 주제 평론, 그리고 정진규, 장석남, 송재학, 백무산, 송종규 등에 관한 시인별 평론을 묶었다.

제1부 알몸으로 지구에 기대다
알몸으로 지구에 기대다
말은 더듬고 소리는 잘 들리는
비선형적 나비무늬를 따라가다
폐허에서 솟아오르는 적멸의 리듬
편재론적 상상력, 눈부신 신성의 낯 설음
세기말의 고고학, 그 고집 센 채식주의자의 정신
모래무덤에도 복사꽃이 피어서
달빛을 구부려 동백을 만든다
불타는 유리를, 잘못 읽다.

제2부 붉고도 따뜻한, 상처의 흔적들
게릴라와 농민군
푸줏간의 물고기
불상유통/ 동기감응
나무에 관한 몇 가지 형태의 상상력
붉고도 따뜻한, 상처의 흔적들

제3부 추억하기/ 녹아들기
남겨둔 곳에도 시가 핀다
서정의 밀밭을 꿈꾸는 전정의 미학
수만 컷의 시간이 , 꿈틀대며 범람하는 방
묘사의 배후
몽유, 존재와 허구 사이
그리움으로 가득찬, 텅 빈 의자의 슬픔
그윽한 비야를 거느리고
고뇌가 익어 안식이 되고
함께 먹는 아침
서로 그리워 하면서, 더럽게 사랑하면서
추억하기/ 보여주기/ 녹아들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