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7년 나오키 상 수상작 <철도원>으로 작가적 명성을 떨친 바 있는 아사다 지로의 두 번째 소설집. <철도원>의 인기와 함께 <은빛 비>(원제: <달빛 방울>) 역시 발간되자마자 십만 부를 돌파하며 일본 전역에 감동을 휘몰아치게한 화제작이다.

<은빛 비>는 아사다 지로가 1996년부터 1997년에 걸쳐 문예지에 발표했던 단편소설을 모은 것이다. 표제작 「은빛 비」를 비롯하여 「성야(聖夜)의 초상」, 「달빛 방울」, 「류리(琉璃)에 대한 추억」 등 모두 일곱 편의 작품이 수록되어 있다. 사랑 없이는 살 수 없는 외롭고 지친 영혼들의 이야기. <철도원>에서 따스한 인정의 세계를 다분히 환상문학적인 기법으로 보여주었던 작가는, 이번 작품집에서 인간미 넘치는 러브스토리를 좀 더 사실적으로 그려낸다.

<은빛 비>에는 시종일관 세상살이에 서툴고 볼품없는 남자들이 등장한다. 이십 년 전 파리에서 헤어진 화가 지망생에 대한 사랑을 버리지 못하는 아내를 향해 한결같은 사랑을 보내는 남편, 삼십 년 동안 콤비나트에서 짐꾼으로 살면서 결혼도 하지 못한 중년 남자 다츠오 등 아무런 보답도 바라지 않는 이들의 순수한 사랑에 힘업어 여자들은 점차 상처를 극복하고 새로운 눈으로 세상을 보게 된다.

행복을 전파하기 위해 소설을 쓴다고 자신의 소설관을 밝힌 바 있는 아사다 지로는 이번 작품에서도 역시 사랑을 통해 영혼의 상처를 치유해가는 인물들을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