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틀러와 나치정권이 이상적으로 생각했던 여성상은 '가정에 충실하고, 아이를 많이 생산하고, 검소하고 튼튼하고 근면한' 아리안의 어머니였다. 하지만 히틀러의 주위에 있었던 여성 중에 실제로 이 기준을 만족하는 여성은 거의 없었다.

<영혼을 저당잡힌 히틀러의 여인들>은 히틀러를 숭배하거나 사랑했던 8명의 여인과 히틀러의 인연을 기록한 책이다. 오스트리아 역사연구소의 연구원이 쓴 책은 자칫 가십거리로 치부될 수도 있는 소재를 다루면서도 사료와 문헌근거에 충실하며 시종 객관적인 시선을 유지하려 애쓰고 있어 가볍지 않게 읽힌다.

히틀러의 여인들은, 단순하고 정치에 무관심했던 '에바 브라운'(히틀러의 정부로, 함께 자살하기 직전에 결혼식을 올린 여인)부터 '악마의 반려자'라는 별명을 얻어가며 열광적인 선전활동을 했던 '막다 괴벨스'(선전장관이자 나치의 악마라 불리는 괴벨스의 아내)까지 그 성격과 야망이 판이했다.

책은 이 여성들의 종교적 맹신에 가까운 지지와 헌신 덕분에 '총통 히틀러'가 가능했다고 분석한다. 히틀러는 일반 여성들에게 가정밖에 모르는 아내의 이미지를 강요했으면서도, 주위의 여성이 정치나 금전적인 면에서 자신에게 도움이 될 것 같으면 언제든 능수능란하게 그 도움을 얻어내는 처세술을 발휘했다는 것.

베를린올림픽 기록영화 '올림피아'로 다큐멘터리 영화사의 한 획을 그은 여성감독 '레니 리펜슈탈', 최고의 여성정치운동가였지만 나치로부터 한번도 명예를 인정받지 못했던 '게르트루트 숄츠 클링크' 등이 좋은 예이다.

이 밖에도 히틀러의 조카로 그의 누드모델을 설 정도로 묘한 관계였지만 자살로 생을 마감한 '겔리 라우발', 히틀러의 심복 괴링의 부인들로 나치스 사교계의 꽃으로 군림했던 '카린 괴링', '엠미 괴링', 히틀러의 사진을 찍을 수 있는 유일한 인물 호프만의 딸로 히틀러가 키우다시피 한 '헨리테 폰 쉬라흐'가 소개된다.

옮긴이의 말
히틀러의 여인들을 찾아서

히틀러를 사랑했던 여인들 - 영혼을 저당잡힌 히틀러의 여인들
히틀러, 당신을 위해 모든 것을 바치겠어요
정치에 끼여드는 계집들은 밥맛이야!
제 3제국의 숙녀들과 생명의 샘 계획

에바 브라운(Eva Braun) - 사진관 점원에서 히틀러의 숨겨진 정부로
싸구려 연애소설을 좋아하는 처녀
히틀러, 운명적인 만남
총통의 비밀 정부情婦
오버잘츠베르크에서의 짧은 행복
죽음 그리고 방공호에서의 결혼식

겔리 라우발(Geli Raubal) - 삼촌과 조카, 그 베일에 싸인 사랑
말괄량이 소녀
에밀과의 사랑
삼촌 곁에서
한 발의 총성 그리고 의문의 죽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