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청년이 있었다. 그 청년은 15살 때부터 혼자 여행하기를 즐겼는데, 언제나 사람들이 별로 찾지 않는 깊은 계곡이나 암벽, 사막 등을 찾았다. 이 청년이 1914년 생이었던 까닭에 그가 가는 곳에는 언제나 나바호 인디언들의 자취가 남아 있었다고. 외로움을 친구 삼았던, 결코 인디언들을 두려워하지 않았던 그 백인 청년의 이름은 에버렛 루에스.

그의 얼굴은 유타 주 환경단체 중의 하나인 SUWA(Southern Utah Wilderness Alliance)의 로고로 사용된다고 한다. 그만큼 에버렛 루에스는 자연과의 교감을 자신의 존재 이유로 삼았다는 말이다. 그의 얼굴이 환경단체의 로고로 사용된다면 에버렛은 이미 죽었다는 뜻일까?

안타깝게도 그에 대한 확실한 정보는 구할 수 없다. 1934년 에스칼란테 사막 부근에서 실종된 것이다. 실종 후 수색대가 꾸려진 것도 몇 차례, 개인적인 관심에서 에버렛 루에스의 마지막 여행길을 추적한 이들도 있었지만 결국 아무런 것도 찾지 못했다. 다만, 데이비스 협곡의 동굴 근처에서 'NEMO 1934'(또는 MEMO 1934)라고 새겨진 글씨를 발견했을 뿐이다.

그의 아버지에 따르면 에버렛 루에스는 <해저 2만리>를 꽤 탐독했는데, 바위에 새겨진 그 글씨는 주인공 '네모 선장'을 의미하는 것일지도 모른다고 한다. 새로운 언어를 만들어 잠수함을 타고 바다 속 탐험을 떠난 네모 선장처럼 에버렛 루에스도 그렇게 사라졌다고 보면 그도 그럴 듯한 해석이다.

어찌 되었던 그 청년에 대한 유타 주민들의 관심과 열정은 지금껏 지속되고 있다. 68년이 지난 지금도 그에 관한 전설은 계속되며(생존 가능성에 대한 전설, 멕시코 화가 마을에서 생활한다는 소문 등), 더러는 지방신문에 그의 유골이 발견되었다는 기사가 실리기도 하니 말이다.

이 책은 모험과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았던 에버렛 루이스의 일기 모음집이다. 문명이 들어오지 않은 오지를 여행하면서 자연의 원대함과 생명력을 담았다. 덧붙여 도시 생활에 대한 염증, 거짓 없는 순수한 사람에 대한 갈망 등이 담겨있다. 중간중간 그가 제작한 판화를 감상할 수 있어 책읽기는 더욱 즐겁다.

- 에버렛 루에스의 마지막 편지
- Prologue | 에버렛 루에스의 스무 해 인생 이야기
- 에버렛 루에스의 발자취를 찾아서 | 그는 정말 사라진 것일까?

1930
바다가 나를 부른다 | 혼자 남겨졌지만 | 에드워드와의 만남 | 여행의 속도에 대하여
그래, 나는 강한 남자다 | 하늘과 인간의 관계 | '하품하는 입' 앞에서 | '모비딕'을 읽고
...

1931
독특한 여행객들과의 조우 | '부족함'은 도시의 언어가 아닐까 | 가난을 벗삼는 나바호 인디언들
나는 이제 에버렛 루이스가 아니다 | 나는 '랜 라모'다 | 소중한 길동무, 에버렛
...

1932
내가 가장 원하는 것 | 운명에 대하여 | 친구들을 떠나보내고 | 새 친구, 페이서
죽음의 사신과의 싸움 | 길을 잃는 즐거움 | 나와 자연의 관계 | 나바호 말을 배우다
...

193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