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self, ego)와 존재'에 대한 관심을 담은 '세계-내-존재' 시리즈, 관념으로부터의 해체를 담은 '해체(Deconstruction)' 시리즈를 거쳐, 유리 박스 안에 성과 폭력, 이데올로기 등을 담은 '사적인 박물관' The Museum 프로젝트에 이르기까지, 독자적인 예술 세계를 펼쳐보이며 세계 무대에서 주목을 받은 사진작가 김아타의 에세이.

짧고 명상적인 글 108편에는, 오늘을 살아가는 예술가로서의 자의식과 동양사상의 영향이 드러나 있다. 인간과 도시, 자연과 문명에 대한 날카로운 성찰과 비판적인 시각 또한 돋보인다. 함께 수록된 20여 컷의 사진은, 정체성과 존재에 대한 탐구에 몰두해 온 작가의 작업 과정을 구체적으로 보여준다.

이를테면, 100개국의 100명의 사람들의 얼굴을 한데 모은 '셀프 포트레이트' 시리즈는 이데올로기와 국적, 종교에 상관없이 '똑같은' 사람이지만 각기 다른 DNA로 대표되는 정체성을 표현한다. '영원성을 숭상하는 존재의 본능과 사라짐이 생명인 얼음'의 아이러니를 이용한 '아이스 모놀로그'시리즈는 세상을 보는 예술가적 시선을 나타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