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의 문자적 조형성을 재조명하는 대규모 서예전시회가 열린다.
예술의 전당은 한글창제 5백50돌을 기념, 오는 8월1일부터 25일까지 서예관에서 `한글서예의 오늘과 내일'展을 마련한다.
한문서예에 비해 크게 위축되어 있는 한글서예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한 이 전시회에는 근.현대 작가 2백명의 작품과 디자인개념에서 접근한 한글서체의 모델이 함께 선보인다.
초대작가에는 남궁억, 윤백영, 이철경, 손재형씨등 유명 작고작가와 80-90세의 고령인 현중화, 김기승, 이미경, 김충현씨등 원로 현역작가 등 우리 서예사에 큰 획을 그은 대가들이 망라돼 있다.
이밖에 중진작가인 김응현, 국전에서 최초로 대통령상을 받은 서희환, 대상을 받은 권오실, 미전에서 대상을 받은 김단희씨등 중견작가, `예술의 전당 청년작가전' 출신의 20-30대 유망작가들도 참여, 한글서예의 변천과정을 한 눈에 조감할 수 있는 자리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출품작은 현역 작가의 경우 모두 신작인데 경향은 크게 정통작품과 실험작품으로 대별된다.
정통작품은 궁체와 판본류로 나뉜다. 궁체는 정자체, 반흘림체, 흘림체, 궁서변형체등 여러 체의 작품으로 이 부문에선 모두 53점(26.5%)이 출품됐다.
판본체부문에선 고문과 현대문으로 쓴 정음체류, 월인체류, 오륜체류형등 60점(30%)이 보인다.
또한 실험적 작품은 전체의 43.7%인 87점에 이르러 한글서체의 다양한 조형적 시도를 감상할 수 있다.
창작성과 조형미가 뛰어난 작품은 궁체부문에서 궁체의 전형적인 획형을 가지런히 써내려간 이철경씨의 `환산별곡' 유창한 서선을 남성적인 맛이 나게 흘림으로 표현한 윤영조씨의 `오륜가' 이윤섭씨의 `농가월령가'가 눈에 띈다. 궁체의 변형체에선 이한순씨의 `춘향전', 김승남씨의 `붓 한자루', 최흥규씨의 `설록차'가 돋보인다
판본체의 작품에선 권창륜씨의 두보시, 김재호씨의 `늦은 봄날', 최돈상씨의 작자미상의 시조가 빼어난 솜씨를 보여준다.
오륜체에선 변수길씨의 `훈민정음'과 백종훈씨의 김영랑詩가 돋보인다.
이밖에 실험적 작품에선 장법의 형식과 서체에 다양한 변화를 시도하고 있는 점이 두드러진다. 또 검정, 빨강, 파랑등 먹색깔에 변화를 주고 색색의 화선지, 도화지등을 사용, 색다른 개성을 연출하고 있다.
출품작가는 유재학, 백현수, 김양동, 김범수, 서하경,정현식, 송하경, 윤효석, 석도륜, 안상수, 민승기, 윤병건, 박혁남, 황석봉씨등이다.
한편 전시기간중인 23일 오후 3시 예술의 전당 서예관에서 세미나도 열리며. 안상수교수(홍익대 산업디자인과)가 `서예와 타이포그래피의 상관관계에 대한 고찰', 박병천교수(인천교대 미술교육과)가 `근.현대 한글서예의 작품경향분석'을 주제로 한 논문을 발표했다

이 전시회의 자문위원인 박병천교수는 "한글서예가 1백년의 역사를 갖고 있지만 본격적 한글서예발전운동이 일기 시작한 것은 5년에 불과하다"면서 "그나마 고체, 궁체등 기존 서체의 모방이 주류를 이뤄 예술로서의 발전가능성이 닫혀 있었는데 이번 전시회가 한글창작서예의 새 장을 여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