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작가 구본창이 2004년에 시작해서 2006년 현재까지 계속 촬영하고 있는 '백자' 시리즈를 책으로 묶었다. 각종 문화재 관련 도록이나 박물관 안내서에서는 찾을 수 없는 우리 백자의 투박하면서도 단아한 아름다움, 그리고 한국 특유의 기품 어린 빈 공간을 표현하고 싶다는 욕구에서 출발한 작업의 결과물이다.
구본창 작가는 이 작업을 위해 직접 세계의 여러 박물관, 미술관과 접촉해 촬영 허가를 받아 무려 7만 킬로미터를 여행했다. 그가 만난 작품들은 하나같이 철통같은 보안 아래 있는 것들이라, 제한된 시간 안에 촬영을 마쳐야 했으며, 한 작품을 촬영하는 동안에는 반드시 그 장소에만 머물러 있어야 하는 등 많은 어려움이 따랐다.
책에는 국립민속박물관, 국립중앙박물관, 삼성미술관 리움, 호림박물관, 이화여자대학교박물관, 국외에서는 고려미술관(교토), 오사카시립동양도자미술관(오사카), 일본민예관(도쿄), 대영박물관(런던), 메트로폴리탄미술관(뉴욕), 기메박물관(파리) 등 총 11곳의 국내외 박물관에서 소장하고 있는 백자들이 담겼다.
그 면면을 살펴보면, 우선 조선 백자하면 떠오를 정도로 빼어난 아름다움을 자랑하는 달항아리부터, 좌우 비대칭 형태의 묘미를 잘 보여주는 기우뚱한 목 긴 병, 오랜 세월과 생활의 흔적을 품고 있는 사발과 사대부들의 문방구류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이 백자들은 구본창 특유의 정적인 구도와 살구빛을 연상시키는 컬러톤과 어우러져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