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나무탈은 나무를 토막내어 다시 깎아야 하는 등 만들기가 까다롭지만 그만큼 조형성이 뛰어나고 과정마다 구석구석 선인들의 심미성이 배어 있어 한국인 본래의 심성과 미학을 맛볼 수 있는 소중한 유산이다. 그러나 탈춤에 대한 연구에 비해 탈 자체에 대한 연구는 부진했고, 더욱이 종이나 바가지가 나오기 전까지 탈은 모두 나무탈이었음에도, 1900년초부터 급격히 소멸돼 몇몇 탈춤에서 명맥만 이어 오고 있다.
 고려시대, 조선시대에 제작된 나무탈들은 1960년대 들어 문화재로 지정받아 보존되기 시작했으나 삭고 부패해 일반인들에게 공개되지 못했다. 이 책은 이렇게 국보로 지정돼 박물관에 보관되어 있는 나무탈 33점을, 평생 나무탈만 깎아 온 심이석(1912- ) 옹이 복원해 김영수(1946- )가 사진으로 담아낸 것이다. 여기 실린 나무탈의 종류는 하회 별신굿탈 9점, 병산탈 2점, 본산대탈 17점, 고성오광대탈 4점으로, 이들은 배역에 따라 그 성격들이 함축되면서 희로애락을 안으로 머금고 있는 살아 있는 피조물들이다. 또 조선시대에 장례행렬의 맨 앞을 이끌면서 잡귀잡신을 쫓는 역할을 한 방상씨탈(얼굴에 쓰고 노는 용도가 아니었다.) 1점이 있다.
 사진은 ‘나무와 흙의 오묘한 조화와 경지’라는 나무탈 작가의 체험적 해석을 살려 흙벽을 배경으로 그것을 부각시켰다. 또 나무탈은 종이탈이나 바가지탈과 달리 탈의 뒷속도 중요해 앞면과 뒷속을 같이 담았으며, 각 배역별 탈에 쓰인 나무의 종류와 크기, 제작시기, 소장처, 모양새를 해설하고 묘사한 짤막한 코멘트를 덧붙였다. 평생 나무탈을 깎아 오면서 겪은 체험과 미학을 토로하는 작가의 체험적 나무탈론인 <나무로 깎은 얼굴, 그 다양한 표정의 유산들>이 책 앞부분에 함께 실려있다.

001. 나무로 깎은 얼굴, 그 다양한 표정의 유산들 002. Korea's Wooden Masks 003. 한국의 나무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