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유상우 기자 = “두랭이라고 어른 치마하고 똑같은데 남자애나 여자애나 다 그런 거 입고 컸지. 그래서 우리 사촌 남자애가 우리는 어려서 치마 입고 자랐다고 해서 웃었다구” “그 시절만 해도 1년에 몇 번 종두 맞으러 읍에 가는 게 큰 외출이었지” “봄이 되면 뒷동산에 찔레꽃 피면 순 꺾어 먹고, 수영(싱아)순 잘라 먹으면 새콤달콤. 메뚜기 잡아다 구워 먹고….”
올해 100세인 이석희 할머니는 조선말 명문가의 딸로 태어나 근대교육을 받은 신여성이다. 집안 어른의 중매로 한 남자의 아내가 되고 반가의 며느리, 그리고 여섯 자녀의 어머니가 됐다. 쉰 명에 가까운 손자와 증손자를 두고 있다.
100년의 세월은 출생에서 노년까지 한 여성의 일생이기도 하지만, 한국사에서는 격동의 기간이었다. 전통과 현대를 잇는 문화적 대변혁기였다. 그녀가 살았던 이야기는 마치 어려서 할머니 무릎을 베고 듣던 옛날이야기 같다.
국립민속박물관은 이석희 할머니의 구술 생애사를 담은 ‘20세기 어머니 이석희의 삶과 근대이야기’와 ‘구술채록본’ 두 권을 출간했다. 구술 영상을 담은 DVD도 포함됐다.
내용 가운데 1946년 친정어머니가 이석희 할머니에게 보낸 한글 편지가 백미다. 막내아들 성호를 임신한 채 세 살 먹은 둘째 딸 자호를 데리고 친정어머니 생신에 잠시 다녀온 후에 받은 것이다. “회충약도 먹지 않게 조심시키고, 먼 데 다니지 말고, 뭐든 이고 다니지 말라”고 구구절절 딸을 염려하는 모정이 예나 지금이나 다르지 않다. 이 편지는 생활사 자료로서도, 근대기 한글편지로서도 가치가 크다고 국립민속박물관은 설명했다.
이 보고서는 과거의 살아온 사람들의 이야기부터 동시대를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까지 사람 사는 이야기를 가감 없이 기록하고 수집하는 국립민속박물관의 계속사업의 하나다. 홈페이지(www.nfm.go.kr) 발간자료 원문검색 서비스에서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