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세기를 마무리하고 21세기를 여는 세기의 전환점에서 신학자들이 기독교의 오늘에 대한 평가와 나아갈 방향을 어떻게 가늠하고 있는지를 한 권 책으로 엮어 비상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
한국그리스도사상연구소(소장 심상태)에서 번역해 펴낸 〈제삼천년기 신학-어디로 가는가?〉는 라틴 아메리카, 아시아, 아프리카, 오세아니아, 유럽과 북아메리카 신학자 77명에게 20세기 신학을 평가하고, 21세기 신학진로를 묻는 5가지 질문으로 설문을 실시, 전 세계 신학자들의 응답을 엮은 것이다.
이 대대적인 설문 작업은 교황청 전교회 `아헨 미시오' 기관 부설 `미시오 선교학 연구소'(MWI)에 의해 진행되었다.
무엇보다 각 대륙의 상황신학을 장려하고 이들 상황 신학이 서로 대화할 뿐 아니라 북미, 유럽 신학과도 의견을 나눌 수 있도록 고무하는 목표로 활동해 온 연구소의 성격에 따라 `평가'보다는 서로 다른 문화 상황을 배경으로 한 신학 대화를 꾀함으로써 주류를 이뤄온 서구 중심의 신학에서 한 걸음 나아가는데 초점을 맞춰 편집됐다.
설문 내용은 `20세기의 끝에서 신학에 던지는 질문들'이라는 주제로 지난 21세기 신학 발전에 커다란 영향을 끼친 역사적 사건들이 무엇이고, 이들 중 무엇이 신학 사유의 주제가 되어야 하는지를 묻는 일반적인 물음에 이어 신학자 자신의 신학 발전에 영향을 미친 사건을 묻고 있다. 또 20세기 신학에 주요한 쟁점, 동향 또는 작품들이 무엇이라고 보는지, 아울러 지난 세기로부터의 어떤 신학 전통들이 미래에 지속되어야 하는지 등에 대한 질문들이다.
필진은 국제적인 인지도를 지닌 신학 대표자들뿐 아니라 다양한 지위에 있는 사람들을 망라해 선정했으며, 20세기 현대신학의 발전에 족적을 남긴 저서 등 각자의 상황에 상당한 정도의 인식을 갖춘 신학자들을 대상으로 했다. 가톨릭 신학자들이 주류를 이루는 가운데 위르겐 몰트만과 같은 저명한 신교 신학자들도 가세했다.
독일어권 신학자인 헤드비히 마이어-빌메스는 21세기를 위한 과제로 “우리 시대의 모순들에 대항하는 신학들만이 새로운 천년에 기회를 갖는다고 확신한다”며 “이러한 신학은 한계를 극복해야 하며, 문화와 종교, 정치와 종교, 말과 경험, 예술과 종교, 전례와 일상, 시와 산문의 상호교류적인 부분영역들을 관련시키는 교량건설기능을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20세기 가장 충격적인 체험으로 `아우슈비츠'를 짚은 위르겐 몰트만은 “그리스도인의 눈을 멀게 만들고 비정치적 신학으로 인도한 것은 그리스도교 신앙의 사유화-`종교는 사적인 일이다'-였다”고 진단했다. 그는 20세기 그리스도교 세계에 있어 가장 희망에 찬 발전으로 `교회일치운동'을, 21세기의 중요한 신학적 방향으로는 다양한 해방신학들과 교회일치신학의 조화를 통한 `새로운 환경신학'을 꼽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