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행자의 시는 이 땅의 깨어 있는 삶과 함께 하고 있어 짐짓 주목이 된다. 1980년대는 1980년대대로, 1990년대는 1990년대대로 구체적인 나날의 삶과 함께 하고 있는 것이 그의 시이다. 물론 이는 그의 시가 항상 삶 속의 사람들, 곧 일상의 생생한 사람살이와 함께 하고 있다는 것을 뜻한다. 그렇다. 그의 시에는 우리 시대를 대표하는 수많은 사람들이 실명(實名)으로 등장한다. 전태일, 김진균, 신경림, 구중서, 이수호, 이도윤, 박정호, 장민섭, 현공스님 등이 그들이다. 하지만 그의 시에서 이들 인물이 특별히 훌륭하고, 대단하고, 거대한 모습으로 그려져 있는 것은 아니다. 언제나 쉽게 다가갈 수 있는 착하고, 순수하고, 무구한 이웃들로 형상화되어 있는 것이 이들 인물이라는 얘기이다. 물론 그는 각각의 시에서 이들 인물에 대해 매우 깊고 따뜻하고 진실한 사랑을 이행하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시인 이행자는 내게 늘 국민 모성으로, 좀더 자세히 말해 국민 누나로 존재한다.
― 이은봉 (시인, 광주대 문창과 교수)

1부
 팔십 년대 자화상
 구십 년대 자화상
 전태일을 생각함
 손! 선생님의 손
 이규배 시인에게
 씻김굿
 용환신 시인께
 지천명의 비망록
 이도윤 시인께
 일지암에 군불을 지피며
 두륜봉 북미륵암에서
 너를 잃고
 너를 잃고 2
지리산 실상사 봄마중
 동백꽃
故 이은성 5주기에
 우정 반세기

2부
 그대 군계일학이시여!
머루주를 마시며
 가을
 인연
 불꽃과 불씨
 겨울강은 흐르고
 녹슬지 않는 사람
 숫눈 같은 사람2
대보름 밤에
 사랑
 봄비 내리는 저녁에
 늠름한 바다
 행복
 사당동 정류장에서
 빛나는 꽃일 때
 곡비
 내 심장에 갈비뼈로 남은 사람
 사랑이어라
故 박현채 선생님을 그리며
 과천 정류장에서

3부
 화가 박정호를 노래하다
 첫 창가에 섰을 때
 첫 만남
 환상 속의 바다와 저녁강
 바람 세차니 한계령 가고 싶다
 편지로 쓰는 시
 네 눈 속에 샘 있어
 내게 온 너에게
 그리움으로도 빛나는 꽃이
 설경과 절정
 얼음강이 부르기에
 내게 온 너에게 1
내게 온 너에게 2
내게 온 너에게 3
내게 온 너에게 4
내게 온 너에게 5
내게 온 너에게 6
내게 온 너에게 7
내게 온 너에게 8
수풍마을에서 한가위를
 꽃등불

4부
 첫 편지처럼
 오월이 가기 전에
 물왕 저수지에서
 천둥 치는 날의 연서
 먼길 돌아 내게 온 너에게 3
먼길 돌아 내게 온 너에게 4
화가 장민섭을 노래하다
 목련
 은빛바다 은빛소년
 오랜만의 연가
 동천 선생님
 현공 스님
 장인의 손끝처럼
 초혼
 죽지 못해 미치지도 못하는 아름다운 이에게
 그대, 군계일학이시여!
아름다운 이에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