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문학가이자 교육자인 고(故) 이오덕과 같은 길을 걸어온 후배 권정생이 70년대와 80년대에 고단한 상황을 이겨내며 주고받은 필담을 모은 서간집. 열두 살 나이차에도 서로를 꼬박꼬박 선생님이라 존대하는 두 사람은 편지 속에서 문학, 교육, 자연, 인간 통일 등 온갖 살아가는 이야기들을 주고 받으며, 때로는 인생의 길을 안내해 주기도 한다.

생전의 이오덕 선생님을 생각하면서 - 권정생

 살구꽃 봉오리를 보고 눈물이 날 뻔했습니다
 신문값은 나중에 내고 양식부터 마련하세요
 저는 아직 서울에 못 가봤습니다
 인세가 나오면 약을 사 먹겠습니다
 삼동의 밤하늘 별이 그립습니다
 소쩍새 소리 들으며 인생과 문학을 생각합니다
 염소 때문에 좀처럼 집을 못 나갑니다
 내년 봄엔 어쩔 셈인지 가을에 개나리가 피었습니다
 하늘 나라에는 일만 송이 꽃이 제각각 피어나지요
 아동문학도 온 생애를 바쳐 쓰는 사람이 있어야지요
 선생님의 동화는 어른과 아이의 교과서입니다
 토끼 달순이를 시집 보냈습니다
 한 줄을 쓰더라도 정직하게 써야겠지요
 할미꽃으로 비녀를 만들어 꽂은 할머니를 보았습니다

 위안과 용기를 주는 슬프고 아름다운 이야기 - 주중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