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한 기획전시와 문화행사, 교육프로그램을 통해 시민고객과 소통하고자 하는 청계천문화관 에서는 만물이 생동하는 계절 봄을 맞이하여, 2009년 첫 기획전으로 [자연을 담은 그림, 와유산수臥 遊山水]를 준비했습니다.

우리 옛 선조들은 산수를 즐기는 방법으로 자연을 찾아 산과 물에 직접 임하기도 하고 글과 그 림을 통해 방안에 누워서 그림 속에 펼쳐진 맑고 시원한 자연 속의 경치를 감상하기도 하였습니다. 직접 산과 들로 다니지 않고도 그림을 감상하면서 아름다운 경치도 구경하는 그림 속으로의 여행은 색다른 즐거움이자 지극히 한가로운 마음을 드러내는 것입니다. 이처럼 산수화에서 다뤄지는 풍경 속으로 들어가, 그 속에서 유유히 거닐며 자연을 체험하고 느끼는 것을 ‘와유臥遊’라고 합니다.

‘와유臥遊’라는 말은『송사宋史』「종병전宗炳傳」에서 처음 보입니다. 종병宗炳(373~443)은 나이가 들고 병들면 명산名山을 두루 보지 못하게 될 것이라 생각하고, 과거에 유람했던 곳을 그림으로 그려 방에 걸어 두고 누워서 소요유逍遙遊 했다고 전해집니다. 그는『화산수서畵山水序』 에서 산수의 이론을 제시하였는데 산수화는 자연풍광을 그린 것이 아니라 대자연이 가진 장중 한 정신을 드러내는 것이라 하였습니다. 또한 자연미를 반영하는 산수화의 작용을 창신暢神 즉, 정신을 펼쳐내는 것이라 생각하였으며 산수화보다 사람의 정신을 유쾌하게 해주는 것은 없다고 하였습니다.

[자연을 담은 그림, 와유산수臥遊山水]전은 서울역사박물관이 소장하고 있는 산수화 119점을 Ⅰ부와 Ⅱ부로 나누어 선보입니다. Ⅰ부에서는 아직 자유롭게 가보지 못하는 평양, 금강산, 묘향산 등 북녘의 자연풍경을 담은 실경산수와 함께 조선시대 중·후기를 아우르는 그림을 통해 조선사람 들이 바라보았던 산과 들의 모습을 오늘날 다시 만날 수 있습니다. 조선후기에는 금강산을 비롯한 명산대천의 유람이 성행하였고 산수유람의 체험을 기록한 기행문학과 함께 진경산수화가 발달하였 는데, 특히 금강산은 진경산수화의 전개상 구심점 역할을 했습니다.

Ⅱ부에서는 남한강 상류 청풍과 제천, 단양 등 청풍淸風 중심의 아름다운 강변 풍경을 사실적이 면서도 간략하게 그린 작품들을 통해 선현들의 눈길과 발자취를 느껴 볼 수 있습니다. 또한 조선말 기부터 근대까지의 회화작품은 우리 산수화의 흐름을 한눈에 조망할 수 있도록 이끌 것입니다.

우리나라 산천의 아름다운 실재 모습을 그린 것들과 함께 나귀를 타고 동자와 함께 길을 나 선 선비, 유유히 흐르는 강물에서 한가로이 뱃놀이와 낚시를 즐기는 인물, 떨어지는 폭포를 보며 여유를 즐기는 모습은 우리 선비들이 추구한 이상적인 삶의 자취를 보게 합니다. 또한 평양성과 금강산 등을 그린 일부 작품들은 기록화적인 요소도 엿볼 수 있는 것들입니다. 이 작품들은 회화적 아름다움과 정보의 제공을 결합시킨 것으로서 단순히 감상을 위한 회화예술의 범위를 넘어 인문 지리적 정보까지 제공하는 사료로서의 가치를 겸하고 있습니다.

끝으로 이 전시를 위해 각별한 헌신으로 원고를 기고해주신 박정애 선생님과 유물해제를 해주신 박도래 선생님, 인천수도국산달동네박물관 이보라 학예연구사, 서울역사박물관 김양균 학예연구사 에게 감사드립니다. 또한 전시개최를 위해 힘을 모아주신 청계천문화관 동료 여러분과 조언 및 도 움을 아끼지 않으셨던 모든 분들께 머리 숙여 감사인사를 드립니다. 새로운 기운과 향기로움이 가 득한 봄날, 청계천문화관에서 우리조상들의 멋과 풍류를 느껴보고 그림 속으로 들어가 와유臥遊하 는 소중한 시간을 누리시길 소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