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학농민혁명은 우리나라 역사상 근대의 여명이었다. 새로운 시대로의 전환은 숨 가쁘게 돌아갔다. 비록 일본에 의해 강점이라는 조선의 멸망으로 이어져 버렸지만, 19세기의 도도한 흐름은 조선의 독립운동으로 바뀌었을 뿐 멈추거나 변하지 않았다. 21세기에 살아가는 우리들이 주목해야 할 점은 그런 운동성에 있다고 보고 있다.

한국 근대사회는 자본주의사회로의 이행 과정에서 급격한 사회변동과 그에 따른 다양한 형태의 농민저항이 격렬하게 나타났다. 그중에서도 수만 명의 농민들이 죽어간 동학농민혁명은 근대한국의 비전과 한계, 왜곡의 파편들을 이해하는 관건이 된다. 그러므로 동학농민군 즉음의 의미를 밝히는 일은 현실사회와 새로운 사회를 전망하는 데 일정한 도움이 될 것이다.

이 책 「동학농민혁명의 기억과 역사적 의의」는 19세기 말 농민항쟁의 양상과 그것이 동학농민혁명으로 치달을 수밖에 없었던 내적 연관성을 규명하는 동시에, 그것이 가지는 19세기 사회변동의 의미를 찾아보는 데 있다. 이를 위해 19세기 말 농민들의 사회경제적인 처지와 그 속에서 농민들이 어떠한 억압 대항적인 물리적 힘을 동원해 일상화된 권력구조를 깨고 그들의 지향을 발전시켜 나가는가에 초점을 맞춰 논의를 전개하고 있다.

기존 대부분의 연구는 농민층의 계급성만을 앞세운 나머지 지나칠 정도로 계급결정론적으로 19세기 말 농민운동을 다룬 것이 사실이다. 즉, 19세기 농업생산력의 증대에 따라 지배체제의 모순이 확대되고 계급대립이 강화되면서, 농민층의 반봉건투쟁이 일어날 수밖에 없었다는 시각이다. 농민을 주체로 접근하는 관점은 기본적으로 관철되어야 한다.

그렇지만 기존 연구는 농민들의 계급성과 투쟁성만 일방적으로 강조한 나머지 구조적인 이해에 한계가 있다는 점, 그리고 기존 사회구조와 지배체제가 갖는 견고함 내지 통합능력을 소홀히 하고 있는 점 등은 문제점으로 지적될 수 있을 것이다. 보다 더 사회구조적인 변동시각에서 19세기 말 사회변동과 그 속에서 전개된 농민항쟁을 살펴볼 필요성이 있다. 이와 관련하여 이 책에서는 운동 내 운동이 이루어지는 전이 과정과 그 속에서 계급 사이의 역학 관계가 어떻게 분화되고 그것이 운동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고 있는가에 주목하고 있다.

간행사
축사
제1부 동학농민혁명의 제문제
  19세기 후반 조선사회의 민란과 변란 / 김양식 = 13
  동학의 창도와 개벽사상 / 박맹수 = 39
  교조신원운동기 동학농민혁명 주도세력의 성장 / 노용필 = 67
  동학농민혁명의 격문 분석 / 성주현 = 101
  일본인의 동학농민전쟁에 대한 인식 / 강효숙 = 125
제2부 동학농민혁명의 역사적 의의
  1984년 농민전쟁과 '고부기포' / 김인걸 = 167
  동학농민혁명에서 무장기포의 성격과 역사적 의의 / 배항섭 = 187
  '백산대회'의 존재와 의의 / 박준성 = 219
  황토현전투의 성격과 역사적 의의 / 조광환 = 233
제3부 기억의 방법
  동학농민혁명 국가 기념일 제정을 위한 제언 / 임형진 = 271
  프랑스혁명 기념하기 / 이용재 = 291
  독일농민전쟁과 기념사업 / 비온티노 유리안 = 313
주제논평
  동학농민혁명기념일의 제정에 대한 의견 / 조광 = 367
  "동학농민혁명과 기념일 제정" 학술회의 발표에 대한 논평 / 정만조 = 37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