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어도 시를 쓰는 시간에는 나 자신을 산다. 나와 가장 가까이 있는 시간, 나와 가장 엄격히 마주 앉는 시간, 그런 시간이 바로 시를 쓰는 시간이 될 것이다.
그것이 설사 고통이라고 하더라도 이만큼 자신과 철저히 함께 누리며 사는 시간을 갖는다는 것은 행복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나의 시로 사회를 바로잡거나 국가를 구하고자 하지는 않았다. 물론 나 자신을 구원하여 안전지대에 끌어 올려 놓는 작업이지도 못했다.
다만 나는 나의 의지로는 잠재울 수 없는 내 안의 소리에 귀기울이며 그 소리의 울림이 내 개인의 상처이면서 반드시 내가 사는 사회와 국가의 어느 곳에 반향으로 울려 올 또 다른 울림이 되리라고 믿고 있었다.
시는 결국 한 개인의 이야기이면서 한 시대의 이야기가 된다고 나는 생각한다.
...(후략)
1 운명에게
운명에게 1
운명에게 2
운명에게 3
운명에게 4
운명에게 5
운명에게 6
운명에게 7
운명에게 8
운명에게 9
운명에게 10
운명에게 11
새를 보면서 1
새를 보면서 2
새를 보면서 3
새를 보면서 4
새를 보면서 5
새를 보면서 6
가위 소리
청소를 하면서
환희
2 꽃 피어도 좋으냐
잔설(殘雪)을 이고 선 소나무
꽃 피어도 좋으냐
내 방에 어둠 오시니
어둠이 내린다
어둠에게
노을
소쩍새
원추리꽃
산나리꽃
산과 바다
숲
비유법
서오능
낮잠
소등(消燈)
겨울 아리랑
들의 노래
피천득(皮千得)
하이힐
잎차 한 잔
3 사모곡(思母曲)
사모곡(思母曲) 1
사모곡(思母曲) 2
사모곡(思母曲) 3
아버지의 전화
모녀(母女)
노인(老人)의 봄
편지 1
이중섭(李仲燮) 화가(畵家)께
편지 2
이중섭(李仲燮) 화가(畵家)께
과녁
공중전화
풍경
근심의 새
국수를 먹으며
고요
4 비어 있음으로 가득하여라
발자국
만추
이상난동(異常暖冬)
우울증을 위하여
죽도(竹島)에서
가을날
봄에게
조각
날개
무(無)
진달래
풍경 A
□ 신달자(愼達子)의 시세계/ 김선학(金善鶴)
부활과 화해 그리고 자기표백
부활과 화해 그리고 자기표백
― 신달자의 시세계
김선학(문학평론가·동국대 교수)
신달자의 시세계를 포괄적으로 말해주고 있는 작품으로 「사모곡(思母曲)」을 들고 싶다. 이 시집 속에는 연작의 형태로 3편이 수록되어져 있다. 이 시들 속에서 신달자의 시세계는 파란 하늘을 이고 옥양목이 빨랫줄에서 바람에 펄럭이듯이 수줍은 듯 그러나 매우 투명하게 시야에 잡혀온다고 내게는 생각된다.
글자 그대로 '어머니를 생각하는 노래'인 「사모곡(思母曲)」은 신달자 말고도 많은 시인들이 그들 나름의 언어로 형상화해 오고있다. 좀 과장해서 말한다면 어머니의 자식에 대한 도저한 사랑의 깊이와 한없는 넓이를 말하고자 하는 사모(思母)는 시적 대상으로 많은 시인들에게 동네북이 되고 있다고 할 만하다. 그러나 신달자의 경우 그것은 독특한 영역에 자리잡고 있음을 확인하게 된다.
「사모곡(思母曲)·1」에서 신달자는 어머니의 사랑을 예찬하고 있지 않다. 예찬하고 있지 않다기보다 어머니의 사랑을 드러내 놓고 진술하고 있지 않다. 이미 고인이 되신 어머니의 '부활'을 이야기하고 있다.
...(후략)
현재위치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