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아름다운 도시 강릉에 자리잡은 조선시대 고택 선교장에서 살아온 이씨 가문 사람들의 모습을 담은 가족사진집이다.
사진들은 개화기를 거쳐 20세기에 접어들면서 한국 민족이 망국의 한을 품게 된 쓰라린 역사적 상황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당시 국내외 여러 상황들은 개화와 더불어 밀어닥친 신문물의 소용돌이 속에서 갈등과 좌절을 한국인들에게 안겨주었다. 1945년 일제로부터의 해방과 더불어 바로 남북의 분단이라는 민족적 비극의 시기로 접어들게 되었고, 이어서 한국전쟁이라는 민족상잔의 처참한 역사를 맛보게 되었다. 이러한 한국 근대사에 있어서 중요한 사건들과 민족 고난의 역사들이 바로 이 사진집 곳곳에 서려 있다.
이는 한 가족의 역사임과 동시에 그 당시 한국민족의 역사이며, 더 나아가 세계사를 이루는 귀중한 실증 자료가 된다. 즉 한 집안 사람들에게는 혈육공동체로서의 동질감을 느끼게 하며, 일반 독자들에게는 변화된 우리의 풍물과 문화의 옛 모습을 그대로 접해 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오래 시간이 흘렀음에도 불구하고 여기 실린 사진들은 매우 좋은 상태로 보관되어, 당시의 분위기를 생생히 실감케 한다. 집안 여기저기 흩어져 있던 이 사진들을 한자리에 모은 편자 이현의(1913-1997)는 선교장 개기(開基) 이래 7대손으로서, 자신을 중심으로 하여 조상과 후손 들의 사진설명을 붙였다. 그는 자신이 겪은 체험을 반드시 기록으로 남겨야 한다는 책임감으로 이 작업을 이루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