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중해 문화를 편견 없는 시각으로 바라보며 지중해의 문화와 역사를 따라간다.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남부 유럽의 지중해뿐만 아니라, 까만 아프리카인이나 코수염과 검은 머리를 휫날리는 아랍인이 서성거리는 동부 지중해까지... 갖가지 문화가 얽히고 섞여 아름답게 발전해 온 지중해의 문화를 따라간다.

출판사 서평

출간 의도

지중해…… 그 단어만 들어도 가슴이 설렌다. 아무리 나쁜 생각을 떠올려도 말끔히 씻어주는 맑고 눈부시도록 푸르른 신비가 우리 모두의 생각 속에 가득하다. 눈부시게 푸른 에게해의 섬들, 하얀 가옥들과 눈부신 해변가에서 가장 세련되고 멋있는 연인들이 비키니나 누드 차림으로 해변가를 누비는 장면이 떠오르는 곳이다. 그러나 우리의 머리 속에 그려지는 지중해는 남부 유럽의 하얀 지중해이다.
지중해 주변을 까만 아프리카인이나 콧수염과 검은 머리를 휘날리는 아랍인들이 서성거린다면 도무지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지중해의 낭만과 신화의 신비감을 앗아갈 것 같은 불안감이 먼저 떠오른다.
‘아는 사람만이 느끼고 이야기할 수 있는’ 문화·문명에 대한 비평과 감상을 바탕으로, 알기 쉬운 역사적 설명과 인문학적 지식들을 담아 토착적인 삶의 색깔을 그대로 그려내고 있는 『지중해 문화기행』은 우리가 알던 기존의 지중해와는 사뭇 다르고 새롭게 느껴지며 처음 만나는 지중해의 모습이다.

지중해 사람들은 예로부터 자신들이 지구의 중심에 있다고 믿어 왔다. 지금도 그런 생각에는 변함이 없는 것 같다. 인류 역사에 등장하는 거의 모든 문명이 지중해의 바다 속에서 나왔다가 다시 그 속으로 사라졌다. 인류 사회를 살찌운 풍부한 물자와 기술, 신화와 종교라는 정신 문명을 인류에게 선사해 준 무대가 지중해였다. 그리고 오늘날 세계를 지배하는 서양 문명의 뿌리가 지중해이다. 지브롤터에서는 유럽과 아프리카가 만나고, 차나칼레와 보스포러스는 유럽과 아시아를 이어준다. 그리고 수에즈 운하는 아시아와 아프리카를 억지로 떼어놓았다. 이처럼 유럽과 아시아, 아프리카에 둘러싸인 투명한 물 속 맨 아래에는 이집트와 메소포타미아라는 인류 최고의 문명이 깔려 있다.

지중해 교역의 전성기를 이룬 나폴리와 베니스에게는 어머니와 같은 바다였고, 이슬람 세력이 800년간을 지배한 이베리아 반도에게는 야만을 떨치고 문명의 시대로 나아가게 해 준 스승이었다. 신의 이름으로 인간의 창의성과 휴머니즘이 질식당하는 중세 유럽을 향해 르네상스라는 새로운 기운을 불어 넣어준 것도 지중해였다. 16세기 이후에는 오스만 제국의 팽창과 함께 동부 지중해는 이슬람의 바다가 되었다. 지중해의 북쪽과 서쪽 해안이 기독교로 통일될 무렵, 지중해의 남쪽과 동쪽은 이슬람의 옷으로 새롭게 단장했다.

15세기말, 이제 지중해는 더 이상 세상을 끌어안는 큰 그릇으로는 부적합했다. 신세대 모험가들은 과감하게 지브롤터 해협을 치고나가 대서양 시대를 열었고, 수에즈를 빠져나가 동방을 찾았다. 유럽의 끝자락에서 아프리카 북쪽만 바라볼 수 없어, 희망봉까지 직접 나아가 검은 대륙의 거대한 실체를 보고 배웠다. 이처럼 지중해는 처음으로 지구의 끝과 끝이 만나는 글로벌 시대를 열어주었던 생생한 역사의 현장이었다. 그리고 글로벌의 중심지로 찾아 떠나는 순례 여행은 오늘날도 계속되고 있다.

19세기말, 대영제국을 중심으로 유럽은 지금의 미국과 같은 절대 강자의 위치에 있었다. 막강한 군사력으로 오리엔트와 아프리카 멀리 인도에까지 식민지를 두고 부를 독점했는데, 그들의 세계 지배를 지탱해 주는 인식의 세 기둥은 진화론과 백인우월주의, 그리고 기독교 중심 사상이었다. 모든 것을 차지한 유럽인들은 이제 진지하게 자신들의 역사와 문화의 뿌리를 찾고자 했는데, 몇몇 서양 사학자들은 그 뿌리를 그리스와 로마에서 찾았다.

그것은 지중해 문화였다. 그리스 문명을 일깨워준 지중해의 중심 문명은 크레타의 미노아였다. 미노아 문명은 바닷길로 지척에 있는 이집트와 오리엔트 문명을 받아들여 화려한 해양 문화로 꽃피울 수 있었다. 유럽 문화의 뿌리가 검은 아프리카 대륙이나 미개한 오리엔트의 자양분을 먹고 자랐다는 사실은 19세기말 유럽 사회에서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망발이었다. 문명의 호수로서의 지중해는 인위적으로 변질되었다. 이제 모든 길은 로마로 통할 뿐이었다. 이렇게 하여 지난 100년, 아프리카와 이슬람의 바다는 지중해에서 설 자리를 잃어버렸다.

『지중해 문화기행』은 지중해를 기존의 낭만적인 동경의 시각이 아닌, 보다 깊이 있고 새로운 시각으로 만나게 해주고 있다. 지중해는 자연의 아름다움이 뛰어날 뿐만 아니라 종횡무진 얽히고 섞인 이슬람과 기독교의 역사가 숨쉬는 곳이며, 예술과 신화의 풍성한 교류를 어디서나 만날 수가 있다. 이희수 교수는 지중해를 문명의 호수이자 인종과 문명의 전시장이라 부른다. 지중해 문명의 현장을 통해 문화 충격이나 인종 차별이란 개념이 의미를 가질 수 없었던 다문화 공존의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공존과 화해의 정신에 대한 메시지를 전하고, 문화는 섞일수록 아름다고 발전한다는 문화 법칙을 다시 한번 확인하고 있다.

▣ 이 책의 내용

이 책은 동부 지중해에 해당하는 터키의 이스탄불에서 출발한다. 유럽과 아시아를 이어주는 보스포러스 해협에서 출발한 여정은 지중해 북부, 곧 남부 유럽에 해당하며 헬레니즘과 헤브라이즘의 문화가 꽃피운 그리스, 이탈리아, 프랑스, 스페인을 거쳐, 대서양과 연결되면서 두 대양과 두 대륙을 아우르고 있는 지브롤터 해협을 건너 지중해 남부, 곧 북부 아프리카의 모로코, 튀니지, 리비아, 이집트로 가 중동아시아의 레바논에서 여정을 마친다.

터키에서 이집트의 알렉산드리아로 이어지는 동부 지중해는 인류 문명의 요람이다. 그곳에는 백인이 발을 내디딜 생각도 하기 전부터 토착인들에 의해 만들어진 엄청난 문명의 맥박이 태동을 시작했다. 이집트와 오리엔트의 페니키아가 유럽 문명의 스승으로 자라난 곳이고, 아직도 그 태고의 숨소리가 약하지만 살아있는 현장이다.

남부 유럽의 지중해 보다 더 길고 더 오랜 역사를 안고 사는 곳이 북아프리카의 지중해이다. 이곳이야말로 진정한 남쪽 지중해이다. 고대 이집트 문명의 줄기가 옆으로 퍼져나갔고, 페니키아의 카르타고 식민지를 통해 우수한 오리엔트 문명이 유럽에 스며드는 통로였다. 카르타고가 있던 튀니지 북부 해안에서 시칠리까지는 불과160km밖에 떨어져 있지 않다. 동시에 이 시칠리 해협의 좁은 통로를 통해 기원 시대 이후부터는 로마 문화가 물밀듯이 들어와 북아프리카 해안과 사막 곳곳에 그 흔적을 장대하게 남겨놓았다.

모로코와 바르셀로나를 잇는 좁은 면은 서부 지중해로 불러도 좋을 듯하다. 지브롤터 해협을 통해 대서양과 연결되면서 두 대양과 두 대륙을 아우른다. 기독교와 이슬람이라는 두 종교가 섞이면서 독특한 문화를 꽃피운 곳이다. 스페인의 안달루시아와 모로코 역사 도시에서 우리는 너무나 조화롭고 감동적인, 그러면서도 때로는 가슴 저미는 두 문화의 충돌과 만남을 목격하게 된다.

이렇게 하여 지중해는 3,720km를 동서로 잇고, 300만㎢의 넓이를 돌고 돌아 고대에는 이집트와 크레타, 페니키아를 품어 안았으며, 그리스와 로마라는 유럽 문명의 화려한 무대를 장식해 주었다. 로마의 바다에서 이슬람의 바다로, 나아가 콘스탄티노플이 함락 된 15세기 이후에는 제노아와 베네치아와 경쟁하면서 오스만의 바다로 그 위상을 바꾸기도 했다. 지중해는 아무리 예찬을 늘어놓아도 싫증나지 않고, 사랑이 식지 않는 곳이다. 지중해는 묘사가 필요 없다. 있는 그대로가 역사이고 예술이기 때문이다. 지중해는 결코 누구에게 독점된 적이 없었으며, 공존과 화해의 산실로서 문화는 섞일수록 아름답고 발전한다는 문화 법칙을 확인시켜 준 생생한 현장으로 영원히 남아 있다.

▣ 이 책의 특징

1. 지중해 연안의 10개 나라와 주요 역사 도시를 문화인류학자의 20여년에 걸친 실제적인 답사와 생생한 체험을 바탕으로 총체적으로 조망해 줌으로써 체계적인 문화·문명에 대한 이해가 가능하다.

2. 우리가 쉽게 떠올리는 남부 유럽의 지중해만을 다루고 있는 것이 아니라 잘 알지 못했거나 편견을 가지고 있던 북부 아프리카의 지중해 문화권에 대해서도 그 역사와 문화에 대해 상세히 다루고 있다.

3. 지중해 문명의 현장을 통해 문화 충격이나 인종 차별이란 개념이 의미를 가질 수 없었던 다문화 공존의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공존과 화해의 정신에 대한 메시지를 전하고, 문화는 섞일수록 아름다고 발전한다는 문화 법칙을 다시 한번 확인하고 있다.

4. 각 나라의 주요 도시마다 토착 문화가 녹아 있는 현지 주민들의 소박한 삶을 문화 상대주의의 관점, 곧 문화인류학을 공부할 때 중요하게 다뤄지는 ‘다른 문화 바로 읽기’를 통해 다른 문화에 대해 편견이 없이 열린 마음을 가지게 해준다.
5. 간결하면서도 깊이가 있고 재미있는 역사에 대한 설명과 함께 220여 장의 생생한 컬러 화보를 삽입하여 현장의 분위기를 좀더 친근하고 가깝게 느낄 수 있도록 했다. 또한 11장의 지도를 삽입하여 각 지역에 대한 이해를 돕고 있다.

6. 해마다 수많은 해외 문화 탐방을 직접 기획하고, 일반인과도 함께 여러 번 여행한 경험을 살려서 누구나 쉽게 읽을 수 있으면서 문화와 역사에 대해 교양을 쌓을 수 있도록 씌여졌다.

7. 지중해로 여행을 떠나려는 사람들에게는 실용적인 여행 가이드가 아닌 다른 문화에 대한 지식을 넓히고 ‘아는 사람만이 느낄 수 있는’ 여행의 기쁨을 맛볼 수 있으며, 자기 발전에 도움이 되는 여행이 될 수 있는 안내서이다.

글 머리에-잃어버린 지중해의 꿈을 찾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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