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이센-프랑스 전쟁이 아니었으면 끌로드 모네는 네덜란드로 피난 가지 않았을 것이고, 가지 않았으면 네덜란드 상점에서 일본의 목판화를 보지 못했을 것이고, 그랬더라면 교차(cross-over)를 통한 새로운 예술관의 통합(inte­ gration)이라는 위대한 모험을 시도하지 못하였을지 모른다.

2004년 일본의 법학전문대학원 출발과 2009년 3월로 예정된 한국의 법학전문대학원 시작에 있어서 한국 법학의 가장 큰 화두는 무엇이 될까? 21세기 현재 학문 세계의 화두는 통섭(統攝)이다.

앞으로의 법학에 있어서 분과 간의 교차와 협력 그리고 융합이 이루어지고, 결과적으로 통섭하게 된다면, 그 통섭의 이론은 새롭게 발견되는 것이 아니라, 이미 20세기에 몇몇 예언자들이 발견한 모험의 재현이다.

예일대학은 2006년에 새롭게 커리큘럼을 개편했다고 한다. 가장 큰 특징이 바로 ‘지식의 통합(integration)’이다. 현재 학계의 분명한 추세는 여러 기능의 교차와 융합(convergence), 여러 학문 분야 간 협력(collaboration)인 것이다. 이에 따라 전통적 교과 과정들은 ‘학제 통합적(multidisciplinary)교육’과정으로 전면 개편되고 있는 것이다.

현대 미술의 출구가 세기의 전환기에 인상파 화가들이 시도했던 종전의 도그마로부터의 벗어남이었던 것처럼, 한국 현대 법학의 미래는 오랫동안 권위를 가져온 강단 법학과 교과서 법학의 합리적 극복에 달려 있는 것이 아닐 수 없다. 이 책에서 김 철 교수가 전개하는 논의는 현대 미술의 새로운 시대를 연 프랑스 인상파 화가들의 태도와 상통한다. 각 분과별로 나누어져서 편린화된 법학을 온전한 원래의 자연스러운 풍경화로 재편성하고 있는 것이다. 세계 법학의 최근 모습을 닮고 있다. 「법 제도의 보편성과 특수성」은 법학 분과 간에 존재하는 먼 거리를 극복해서 온전한 법학이라는 아주 큰 풍경화를 보여 주고 있는 것이다.

그러기 위하여 저자는 비교법과 법철학이라는 렌즈를 쓰고 있다. 나는 1979년경 하버드 법대에 유학할 당시 전문화된 여러 과목을 교차·통합하는 역할을 법리학(Jurisprudence)이라는 이름의 법학 과목이 담당하고 있는 것을 보고 새삼스럽게 우리 법과대학에서 「법학통론」이라는 이름으로 가르치는 과목의 중요성을 깨달은 적이 있다. 하버드 법대에서 가장 뛰어난 법리학 선생은 론 풀러와 해롤드 버만이었다고 기억된다.

이 책에서 김 철 교수는 이 분들로부터 배운 통합법학(Integrative Juris­ prudence)을 한국에 전수하고 있다.

지난 30년간 나는 「법학통론」을 진정한 학문으로서의 법학으로 승화시키려고 노력하는 법학서를 간절히 고대하였다. 김 철 교수의 이 책은 그 기대에 부응한 첫 번째 우리나라 법학 책이다.

김평우 변호사ㆍ서울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