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6월 22일(목)까지 서울대 미술관 MoA에서 ‘예술가와 시대의 자화상’이라는 주제로 막스 베크만 프린트전이 열린다.

1948년 막스 베크만(1884~1950)은 스스로 자신의 작업이 100년은 앞서 당대의 공감을 받을 수 없을 것이라는 일기를 남겼다. 하지만 예상과는 달리 그는 당대에는 물론 오늘날에도 독일, 미국, 영국 등지에서 확고부동한 명성을 지닌 작가로 인정받고 있다. 아시아에서는 비교적 널리 주목받지 못했는데 아시아 최초로 열리는 이번 전시회는 막스 베크만의 명성을 확인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독일 표현주의 거장=전시를 기획한 오진이 학예연구사는 “표현주의 미술을 거슬러 올라가 보면 그 근원에는 막스 베크만이 자리하고 있다”며 “이번 전시를 통해 현대 미술의 큰 흐름인 신표현주의 미술의 원류를 살펴볼 수 있을 것”이라고 의의를 밝혔다. 막스 베크만은 인간과 인간관계, 전쟁과 부조리를 그려내기 위해 인물의 형태를 왜곡하고 과장해 그림으로써 표현주의적 효과를 극대화했다. 이런 그의 작품이 나치 정권 때 ‘퇴폐미술’로 낙인 찍히자 1937년 네덜란드로 망명한 뒤 여생을 타국에서 보냈다.

◆왜 판화인가?=이번 전시는 98점의 판화로만 구성돼 있다. 막스 베크만은 판화를 통해 자신만의 표현주의 양식을 실험하고 완성해 나갔다. 연작의 포트폴리오 형식으로 제작된 막스 베크만의 판화를 통해 서술적인 구조를 지닌 판화의 매력을 느껴볼 수 있다. 판화 작품만 모아 놓은 만큼 석판화인 리소그래프와 동판화인 에칭과 드라이 포인트, 목판화 등 다양한 판화 기법에 따라 달라지는 작품의 느낌을 살펴보는 것도 흥미로울 것이다.

◆전쟁의 트라우마=막스 베크만은 양차 세계대전을 모두 겪으며 성장한 작가다. 특히 1차 세계대전이 남긴 상처와 기억은 그의 작품 곳곳에서 발견된다. 1차 세계대전 당시 이미 촉망받던 예술가였던 그는 위대한 역사화를 남길 수 있다는 생각에 전쟁이 일어난 것을 기뻐하기도 했다. 그는 예술의 영감을 얻고자 위생병으로 참전했지만 오히려 처참한 전쟁과 부조리한 사회의 현실을 보고 정신적인 충격을 받았다. 오진이 학예연구사는“전쟁 이전에는 볼 수 없었던 사회 비판적인 주제가 빈부를 대조적으로 표현한 포트폴리오 「베를린 여행」 등에서 나타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자신에 대한 비판과 성찰=막스 베크만은 렘브란트 이후 가장 많은 초상화를 그린 작가다. 이번 전시에도 그의 자화상 10점이 포함돼 있다. 그는 풍경이나 다른 인물들을 그릴 때도 자신의 초상을 포함시키곤 했다. 오진이 연구원은 그가 자화상을 그린 이유에 대해 “자신에 대한 비판과 성찰을 통해 평생을 두고 천착했던 인간의 본질과 관계에 대한 고민을 풀어내려 했던 것”이라고 해석했다. 인간관계에 관심이 많았던 만큼 그의 작품에는 긴밀한 관계에 있던 지인들과 사랑했던 여인들이 자주 등장한다. 첫 번째 부인인 ‘민나 튜베’와 두 번째 부인 ‘마틸데 폰 카울바흐’ 외에 작품에 숨겨진 또 한 명의 연인을 찾아보는 것도 재미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