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민속박물관(관장 : 천진기)은 현대 한국인의 대다수가 거주하는 도시공간에 대한 관심을 갖고 2007년 서울 아현동을 시작으로 6년째 도시민속조사를 진행해 오고 있다.
2012년에는 ‘기업형 도시’에 대한 조사 연구로 방향을 설정하고 조선소를 중심으로 구동되는 도시인 경남 거제시를 조사하여 그 결과물로 『조선소 도시, 거제』, 『이수범·로살리 가정의 살림살이』조사보고서 2권을 발간하였다.

기업의 생애주기에 따라 구동되는 도시 이야기 『조선소 도시, 거제』
거제시는 대우조선해양(1981년)과 삼성중공업(1977년)이 들어온 이후로, 이 양대 조선소를 중심으로 도시 공간이 형성되었다. 일자리가 풍부한 거제로 구직자들이 몰렸으며, 사람이 많은 거제에는 여러 생활에 필요한 시설이 생겨나며 하나의 권역이 형성되었다.
이 권역은 조선소의 일상주기에 맞춰 구동되는 특징이 있다. 타 지역 출신이 대다수인 거제시 인구구조의 특성상 명절이 되면 고향을 찾는 근로자들 탓에 도시가 텅텅 비게 되고, 조선소의 휴가기간에는 인근 식당들도 모두 휴업을 한다. 병원도 조선소 근무시간에 맞추어 야간진료를 하는 곳이 많다. 외국인 근로자가 많은 탓에 외국인 전용 식당, 슈퍼마켓 등이 있는 외국인 거리가 조성되어 있고, 조선소 출퇴근 시간에는 오토바이와 자전거가 도로를 점령하는 진풍경을 연출하기도 한다.
거제의 인구는 약 24만 명, 조선소 근로자는 약 6만 명이다. 3가구 중 2가구. 시민 5명 중 1명은 조선소에서 근무하는 것이다. 근로자의 가족을 합하고, 조선소에 기대어 형성된 상권까지를 합한다면 그 수는 전체 인구의 3/4에 이른다.
이러한 이유로 거제에서는 조선소 작업복을 입은 사람을 쉽게 만날 수 있다. 이 작업복은 근무복이자 일상복이자 의례복이다. 가족과 함께 대형마트에서 장을 볼 때, 딸 아이의 입학식에 참석할 때, 결혼식 · 장례식장을 찾을 때도 이 조선소 작업복을 입는다.
조사팀은 이러한 기업형 도시, 조선소 도시 거제에 주목하여 도시공간의 구동양상과 그 안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생활모습을 기록하여 도시민속지 ‘조선소 도시, 거제’를 발간하였다.

조선소 도시 거제의 다문화가정 이야기, 『이수범·로살리 가정의 살림살이』
이번 거제 조사에서는 기업형 도시의 생활문화를 기록하는 도시민속조사와 함께 해당 지역의 표본이 될 수 있는 한 가정을 선정하여 그 가정에서 소장하고 있는 살림살이를 모두 기록하고 이를 통하여 심층적인 생활모습을 들어내는 살림살이 조사를 병행하였다.
거제의 살림살이 조사는 다문화조사에 대한 접근으로부터 시작되었다. 최초 조사팀은 기업형 도시 거제의 다문화를 담아낼 계획을 세우는데 있어, 외국인 노동자 중심의 조사를 계획하였다.
그러나 조사를 진행하며 이는 문화라고 하기엔 다소 부족한 부분들이 있었다. 이들은 노동을 하고 생계를 이어가는 단독가구 형태가 대다수였다. 소비 형태도 고국으로 돈을 송금하고, 절약하며 살아가는 형태로서 모두 비슷하였다. 이러한 현상 역시 남겨 기록할만한 가치는 있으나 조사팀은 다문화 현상에 대해 보다 시사할 바가 있는 부분에 대해 조사하고자 하였다.
그렇게 관심을 돌리게 된 것이, ‘이주여성의 정착기와 다문화가정’이다.
2012년 한국사회의 결혼 중 1/10이 국제결혼이다. 거제 역시 매년 결혼 이주여성이 늘어나서 2012년 현재 1,104명에 이르고 있다.
특히, 거제는 소득수준이 높아 타지역의 다문화가정과 비교하여 경제적으로 안정적인 생활을 하고 있다. 먹고 사는 문제에 어려움이 없다 보니, 이들은 성공적인 정착을 위해 애를 쓴다. 한국어를 배우고, 문화갈등을 극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자녀교육을 위해 힘쓴다. 그리고 결국에는 새로운 조국에서 취업을 하여 사회 구성원으로서 기능하고자 한다.
이주여성의 정착기를 포함하는 다문화가정의 이야기를 조사하여 집성하는 작업은 향후 다문화가정에 대한 여러 정책을 세우는 데에도 도움이 되는 등 시사하는 바가 있을 것이라 판단하였다. 특히나 조선소에 다니는 남편과 이주여성 부인, 그리고 학교에 다니는 자녀가 있는 가정이라면 ‘기업형 도시 + 다문화’를 모두 담아낼 수 있다고 판단하였다.
조사팀이 선정한 거제시의 표본가구는 거제시 연초면의 한 아파트에 살고 있는 삼성중공업 협력업체 용접공 이수범과 필리핀 출신 영어보조강사 날도자 로살리, 그리고 두 명의 자녀로 구성된 다문화가정이다.
요즘 전국적으로 매년 빠르게 늘어가고 있는 다문화가정이 거제에도 많이 있다. 경제적으로 안정적인 거제의 다문화 가정은 타지역의 그것보다 상대적으로 온전해 보인다.
날도자 로살리씨 역시 성공적으로 정착을 하였다. 결혼 10년차이며 자가운전을 하고 취업까지 하였다. 그러나 처음부터 쉽게 적응할 수 있었던 것은 아니다. 문화갈등을 심하게 겪었으며 한차례 이혼까지 했다가 재결합하였다. 아들 상진이는 다문화가정 학생이라고 건드리는 친구들 때문에 힘들어 하기도 했다.
이 보고서에는 이들의 가족사를 기록하였고, 날도자 로살리씨의 살림살이를 통해서 그녀의 생애를 재구성하는 시도를 하였다. 또한 남편의 조선소 생활, 부인의 직장 생활, 자녀들의 학교 생활, 여가 생활, 식생활, 의생활을 포함하는 다문화 가정의 일상을 기록함으로써 다문화가족의 생활상을 들여다 볼 수 있도록 하였다.
이 보고서는 국립민속박물관 홈페이지(www.nfm.go.kr) 발간자료 원문검색 서비스를 통해볼 수 있다.
[출처] 문화경제신문 - http://e-cen.co.kr/board/bbs/board.php?bo_table=03_6&wr_id=1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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