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문호 도스토예프스키의 말년작인 <카라마조프의 형제>는 그의 거대한 작품세계를 응축해 한 곳에 모은듯한 작품이다. 더없이 다양한 유형의 인간군상이 등장해 더없이 다양한 감정을 펼치면서 진흙탕같은 사람살이의 면면을 격정적으로 보여준다.
방탕하고 독선적인 표도르 카라마조프의 4명의 아들 드미트리, 이반, 알료샤 그리고 서자인 스메르자코프는 한배에서 나온 것이 의심스러울 정도로 서로 다른 인간형이다. 첫째인 드미트리는 현실적이고 호탕하면서도 명예를 섬기는 타입, 둘째 이반은 냉정하고 똑똑하며 전형적인 무신론자이다.
반면 막내 알료샤는 티 하나 없이 깨끗한 영혼을 가진, 신앙심이 깊고 다정한 청년이다. 서자라는 열등감에 시달리는 스메르자코프는 반대로 속을 알 수 없는 음울하고 위험한 청년이다.
아버지 표도르가 살해되는 사건이 벌어지자 4형제와 그들을 둘러싼 작은 세계에는 위태로운 긴장감이 고조된다. 모두가 모두를 의심하는 상황. 가장 극단적인 상황에 던져진 형제들은 억누르고 있던 내밀한 본능을 조금씩 토해내기 시작한다. 신에 대한 불신, 세속의 쾌락, 막대한 재산에 대한 욕망, 반항심, 동기애, 허영...
도스토예프스키는 표도르의 살해범을 쫓는 추적을 숨막히게 진행시켜 긴장을 늦추지 않으면서도 그 갈피마다 뜨거운 토론의 공간을 마련했다. 혁명, 러시아 민중, 종교, 그리고 인간에 대한 도스토예프스키의 탐구가 아낌없이 녹아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