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전통적 장례문화엔 조상의 삶과 죽음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과거 독특한 장례문화 중 하나인 상여(喪輿)가 있다. 상여는 여러 사람이 어깨에 짊어질 수 있도록 만든 가로대 위에 화려한 장식을 한 관(棺)을 올려놓은 것은 말한다. 이 상여의 상단 앞쪽과 뒤쪽을 장식하는 용수판(龍首板)이 있다. 용수판은 용의 형상을 한 반월형의 나무판으로 망자(亡者)가 저승으로 갈 때 타고 가라는 의미와 잡귀를 쫓아내는 의미를 지니고 있다.

서울 종로에 위치한 ‘목인박물관’에는 용수판 579점이 전시돼 있다. 이곳에선 용수판의 변천사를 한눈에 볼 수 있다. 과거 용수판은 용의 모습을 하고 있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용수판을 제작한 장인들의 개성이 묻어남에 따라 그 모습은 천차만별이다. 300년 전의 것으로 추정돼는 용수판부터 뱀을 물고 있는 용, 저승사자, 잉어를 물고 있는 용, 일본 순사의 모습까지 볼 수 있다. 용수판을 직접 수집해온 김의광(65. 목인박물관) 관장은 “용수판은 우리가 무서워하는 모습으로 만들어 귀신도 그 모습을 보고 도망가게 한다는 의미가 있다”며 “일제강점기 땐 일본 순사가 우리에겐 무서운 존재였기에 용수판에 표현되어있다”라고 말했다.

최근 장례문화가 간소화되면서 용수판 제작을 찾아보기 힘들다. 김의광(65. 목인박물관) 관장은 “용수판은 잊혀져가는 우리의 문화이자 유물”이라며 “이것들을 잘 보존해서 사람들에게 널리 알리는 것이 나의 역할”이라고 했다. 용수판 특별전시회는 오는 9월 5일까지 목인박물관에서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