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온달궁(深溫達窮)

창

바다의 죽음

눈물

고독과 굴욕

이슬

회색의 절벽

코스모스

바다

빛과 어둠

후기

눈 내리는 겨울철이 오면 아무도 없는 바닷가에 가고 싶어진다. 동행도 없이 혼자서 가고 싶어진다.

높이 치솟은 흰 물결, 소용돌이치는 눈발, 눈발 사이로 소리 지르며 날아가는 짝 잃은 갈매기, 휘몰아치는 칼날 같은 바람, 눅눅한 소금 냄새, 모래 위에 끝없이 새겨진 임자 없는 발자국들……. 이런 것들을 바라보며 지나간 허무한 날들을 되새겨볼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그러나 지금까지 한 번도 겨울 바닷가에를 가 보지 못했다. 생활에 허덕이며 쫓기며 도망자처럼 혹은 투사처럼 살아온 것이다. 그러면서 시장에 내놓기 위해 상품을 만들어 온 것이다.

두 번째 내놓는 이 꾸러미가 나를 반성케 하여 나로 하여금 바닷가에 갈 수 있게 해 주었으면 좋겠다. 그렇게 된다면 나는 내 생전에 아무에게도 읽히고 싶지 않은 이상한 작품을 쓸 수 있을 것 같다.

1979년 1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