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년 제7회 황금도깨비상 장편동화 부문 수상작. 열두 살 소녀의 진짜 어른 되기.

열두 살, 신경질적이고 예민한 사춘기를 맞고 있는 미소는 세상 사는 것이 그리 쉽지 않다. 어렸을 때 떠난 아빠는 큰 그림자로 마음 속에 자리잡았고, 매일 가야 하는 학교는 한 마디로 지옥이다. 모범생들만 원하는 학교, 학생에 따라 대우가 달라지는 선생님, 유행이나 따라하고 끼리끼리 몰려다니는 반 아이들. 이름과 달리 웃음이 없는 것도 이 때문이다.

다른 사람에 대해 마음을 열지 못하는 미소는 자신만의 비밀 일기장을 만들고, '수호산'이라는 비밀 공간을 만들었다. 혼자만의 공간을 더욱 확실히 하면서 미소는 다른 사람에 대해 공격적이 되기도 하고, 비판적이 되기도 한다.

그러던 어느 날 '진실 게임'을 통해 미소는 두 친구의 마음을 알게 되고, 친구가 된다. 예쁘고 모범생인데다 부잣집 딸인 현주와 아이들한테 왕따를 당하는 상희. 세 아이는 자연스럽게 서로를 친구로 생각하게 되고 서서히 마음을 열어간다. 그리고 아빠가 그려 준 벽화를 통해 미소는 아빠의 사랑을 느끼고, 자신 안에 가두어 두었던 아빠에 대한 사랑을 끄집어내는 용기를 보여 준다.

미소는 여자가 되는 생리적인 현상을 맞이하면서 어른으로 가는 한 단계를 자연스럽게 밟아 나간다.

이 이야기는 한편의 성장 동화이다. '흐린 후 차차 갬'이라는 제목에서도 보이듯이 미소는 아픔과 상처, 어두운 그림자 등을 겪어내고 서서히 어른이 되는 과정을 거친다. 신체상의 변화 뿐만이 아니라 다른 사람의 입장과 마음을 이해하면서 진정한 '어른'으로 성장해 가는 모습이 잘 그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