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이 두려워?"
야마다 에이미의 소설은 '120% Cool'하다고 말한다. 절반 정도는 맞는 얘기다. 소설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너나 할 것 없이 가볍고 경쾌하다. 눈앞에서 어머니의 죽음을 목격하고 어린시절 부모가 이혼해도, 대수롭지 않게 받아들인다. '차라리 잘된 일이었어. 지금 나는 전혀 아프지 않아.' 그들은 구김없이 자란 도련님/공주님 같다.

하지만 이야기를 잘 들여다보자. 그들의 내면에 다른 모습이 보인다. 누군가가 자신을 소중히 여겨주길 간절히 소망하는 마음. 상처입기 두려워 자신의 팔을 겨드랑이에 꼭 끼고 내어놓지 않는 아이의 모습이 눈에 비친다. 야마다 에이미 소설 속의 인물들은 늘 그렇다.

그들은 자신의 상처를 알아보지 못한다. 알지 못하므로 치유도 불가능하다. 그저 더 다치지 않기 위해, 상처를 덧내지 않기 위해 애쓸 뿐이다. 상처입지도 상처입히지도 않겠다는 도도한 다짐. 경쾌하게 스텝을 밟으며 세상을 살아가는 것 같지만, 사실은 제자리에서 한걸음도 나아가지 못한 채 휙휙 몸을 돌리고 있다. '가만히 있으면, 상처가 아파올테니까.'

남들이 '사랑'이라 부르는 과정에 쉽게 뛰어들지만, 그것은 사랑이 두렵기 때문이다. 자신 안의 사랑이 '진짜'가 되는 것이 무섭기 때문에, 사랑하고 사랑받는데 익숙하지 못하기 때문에 성급히 빠져들고 식어버린다. 사랑이란 영혼과 영혼의 부딪침이며, 그에서 비롯되는 자그마한 아픔조차 견뎌낼 수 없을 거라는 생각. 온 힘을 다해, 자신의 마음을 파고드는 이들로부터 도망을 친다.

그렇게 사랑에 서툴은 이들이 빚어내는 이야기 다섯 편이 담겼다. 사랑에 손내미는 순간 목숨을 잃고, 뒤늦게 찾아온 깨달음에 웃거나 눈물 흘린다. 연애와 사랑-어쩌면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그 행위를 통해, 아파하며 한 마디쯤 성장하는 사람들의 이야기이다. 아니, 우리 모두의 이야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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옮긴이의 말 | 김옥희 '사랑과 죽음에 대한 다섯 가지 시뮬레이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