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져가는 야생동물을 찾아서"
야생동물 취재를 위해 집을 떠난 아버지가 사랑하는 용재, 민경 남매에게 띄우는 편지로 꾸며진 책이다. 가족일기처럼 다정하고, 사적인 느낌의 글이지만, 내용은 한국에서 사라져가는 야생 동물들의 생태를 다룬다. 카메라 렌즈에 담긴 야생 동물들은 어버이의 눈으로 본 자식들마냥 사랑스럽기만 하다.

책을 쓴 김연수 씨는 문화일보 사진부장이다. 야생동물 사진 찍기는 1차적으로 그의 일이지만, 차라리 취미라고 부르는 게 낫다. 스스로 흥이 나지 않으면 이 일을 계속할 수 없기 때문이다. 가족과 떨어져 지내야 하는 시간도, 동물들의 생태를 포착하기 위해 기다려야 하는 시간도 너무 길다.

하지만 어떠랴. 여우의 호기심 찬 표정을 찍을 수 있다면, 조선범의 용맹스런 기상을 보여줄 수 있다면!, 늑대의 천진난만한 장난을 렌즈에 담을 수 있다면!! 이만한 어려움과 외로움이 무슨 대수랴. 이런 각오없이 책을 썼다면, 그건 거짓말이다. 18년간 산, 들, 강을 누비고 다니며 취재한 수십 장의 사진이 그 증거다.

한국 야생동물의 멸종사도 함께 소개된다. 한일합방 이후에 강행된 일제의 해수(害獸) 구제사업은 조선범, 늑대, 스라소니, 삵과 같은 육식성 맹수들의 생명을 끊어놓았다. 때로는 조선총독부의 고위 관리들이 앞장서서 조선범의 무차별 포획을 일삼았다. 일본황실에 상납할 호랑이 가죽을 얻기 위해서였다.

이렇듯 우리나라의 야생동물 멸종사는 국난과 맥을 같이 했는데, 조국 근대화 시기인 1960~70년에는 '쥐덫 놓기' 열풍에 휩쓸려 또 한차례 된서리를 맞게 된다. 쥐를 식용하는 여우와 늑대가 추가로 멸종된 것이다. 결과적으로, 한국 동물원은 아프리카, 중국 등지에서 수입한 맹수와 희귀 동물들로 관람객을 맞았던 셈이다.

그.러.나...! 야생동물 보호 현실에 눈뜨고, 생태계 보호의 필요성을 깨닫기 위해 이 책을 읽자곤 안 한다. 그런 대의명분 없이도 충분히 멋진 책이기 때문이다. 잠들락 말락 하는 수달, 이리저리 뛰노는 아기 늑대, 똘망똘망한 하늘다람쥐, 일렬횡대로 젖을 빠는 새끼멧돼지들, 일광욕을 즐기는 거구의 물범... 이 정도면 충분하다. 한 가지, 맹수.포유류가 책의 1/3을, 조류가 2/3를 차지한 점은 끝내 아쉬움으로 남는다

머리말

조선범을 기다리며
표범
삵
스라소니
늑대 - 멸종 한국늑대의 맥 잇는다
늑대를 찾아서
승냥이
여우
너구리
족제비와 쇠족제비
담비
오소리
하천생태계의 최후 포식자 수달
숲속의 꼬마요정 하늘다람쥐
다람쥐
숲속의 장난꾼 청설모
흰넓적다리붉은쥐
가칠봉의 멧돼지
절벽의 곡예사 산양
고라니
노루
누렁이
물범의 낙원 백령도
상처난 물개
반달가슴곰
멧토끼
고슴도치
이 새를 보신 적이 있나요? 저어새
홍도의 괭이갈매기
인천신공항 활주로에 날개 접은 검은머리갈매기
한 많은 어촌부부가 환생한 검은머리물떼새
옥구염전의 쫑찡이
아름다움에서 으뜸가는 삼광조
황새 한국산이 잉태되고 있다
습지의 롱다리 장다리물떼새
수난의 땅 피음도에 둥지를 튼 슴새
매사냥 종주국에서 사라져가는 매
방황하는 독수리
밤의 황제 수리부엉이
쥐 사냥꾼 올빼미
김삿갓이 환생한 기막딱따구리
위장의 천재 호사도요
이만강의 호사비오리
동강의 비오리가족
남북을 넘나들며 통일을 기원하는 개리
뿔종다리
활공비행의 명수 제비
아카데미주연상 흰물새떼
반가운 겨울 손님 참수리와 흰꼬리수리
호수의 선녀 큰고니
두루미형사 배수일
설원 위의 춤사위 두루미
생명의 진객 재두루미
흑두루미

또 다른 자연의 친구들
느시/따오기/크낙새/논병아리/뿔논병아리/가마우지/들꿩/꿩/까마귀/까치/뜸부기
흰배뜸부기/물닭/쇠물닭/멧비둘기/홍비둘기/뻐꾸기와 붉은머리오목눈이/꾀꼬리
청호반새/물총새/팔색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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