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라!" 어로장인 망쟁이의 신호에 그물을 잡아당기는 어부들의 손놀림이 바빠졌다. 미끈한 은빛 물고기가 하늘로 날았다. 그물이 점차 좁혀지자 위기감에 사로잡힌 물고기의 파닥거림은 절정으로 치닫고, 바다는 물고기가 만들어낸 물거품과 하늘로 치솟는 물고기로 장관을 이뤘다.

'가덕도 숭어잡이'는 기계의 힘을 빌리지 않고 전통 방식으로 숭어를 잡는 부산 강서구 가덕도 대항 마을 어민들의 삶을 다큐멘터리 기법으로 기록한 사진집이다.

새벽잠을 설치고 포구에 도착한 어부들이 출항해 대형을 갖추고, 숭어 떼를 기다리고, 그물로 건져 올리고, 어로 작업을 마친 뒤 귀향하는 장면이 기승전결로 전개된다.

가덕도 숭어잡이는 독특하다. 모터가 없는 다섯 척의 목선과 한 척의 작은 어선이 선단을 이룬다.

언제 그물을 끌어올릴지는 산 중턱의 망루에서 온종일 바다를 바라보며 바다 물색을 살피는 망쟁이의 신호에 따른다. 봄이 되면 눈이 어두워진다는 숭어가 연안 가까이 오면 망쟁이는 귀신같이 그걸 눈치챈다. 망쟁이의 신호가 메가폰을 통해 바다에 전해지면 대여섯 척의 어선은 일제히 그물로 숭어 떼를 둘러싼 뒤 건져 올린다.

숭어 떼가 그물 안쪽 끝에서 돌아 나오는 시간이 14초에 불과하니 그야말로 순식간이다. 종일 기다려 허탕을 치는 때도 있지만, 언제 숭어 떼가 올지 몰라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한다.

충북 청주에 사는 사진가 이강산은 매년 3월부터 5월까지 3개월가량 진행되는 숭어잡이를 카메라에 담기 위해 주말마다 왕복 600㎞가 넘는 길을 오갔다.

자연스럽게 어부의 일원이 된 그는 눈앞에서 날것의 작업광경을 담기도 했고, 멀리서 원경으로 한갓진 일상을 포착하기도 했다. 좁은 목선 위에서 숭어 떼를 기다리는 어부들의 무료한 하품소리와 긴박하게 그물에 걸린 숭어 떼를 건져 올리는 어부들의 거친 숨소리가 사진집에서 들리는 듯하다

출항 Departure
대형 Formation
망루 The Watching Post
기다림 The wait - A Tedious Ordeal
수확 The Harvest
귀항 Returning to La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