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제는 <들닭 (Le Coq de Bruyere)>. 프랑스의 노작가 미셸 투르니에의 콩트 및 단편 14개를 모아 엮은 책이다. 짤막짤막한 이야기들이지만, 보다 넓은 지평으로 독자들을 이끄는 신화적 상상력과 만날 수 있다.
투르니에는 '본질'에 '이미지'를 입혀 세상 밖으로 이끈다. 분방한 상상력으로 기존의 신화와 전설을 비틀어, 전혀 새로운 층위의 의미를 지닌 이야기들로 재탄생시키는 것. 아벨을 편애했던 여호와가 결국 머물게 되는 장소는 '카인'의 집이며('아담가'), 산타 할아버지 대신 산타 '할머니'가 등장하기도 한다.('산타 할머니') '트리스탄 복스'에서는 트리스탄과 이졸데의 사랑 이야기가 변주된다.
표제작인 '꼬마 푸세의 가출'은 현실과 상상의 세계가 겹쳐지는 아름다운 작품이다. '푸세'는 모든 첨단시설이 갖추어진 고층 아파트로 이사간다는 벌목꾼 아버지의 말을 듣고 가출을 감행한다. 결국 붙잡혀 돌아온 푸세는, 방문을 걸어 잠그고 커다란 나무를 상상하며 행복감에 빠진다. 자연과 문명의 대비가 선명한 이미지를 통해 전달되는 단편이다.
현실과 환상, 신화와 전설의 세계가 상징적 이미지와 역설적 상상력을 통해 형상화되는 단편집이다. 투르니에 특유의 글쓰기 방식이 보다 분명하고 명쾌하게 드러나는 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