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에 이어 올해도 수능의 언어 영역 문제에 대해 볼멘소리들이 많다. 생소한 제시문이나 시사 관련 문제에 많은 수험생들이 쩔쩔맸다고 한다. 고차원적인 사고력과 창의력을 요구하는 문제를 푸느라 퍽 곤혹스러웠다는 것이다. 교과서를 포함한 학교 교육 자료에서 다루지 않은 텍스트를 읽는 데 곤란을 겪었다는 것은 읽기 능력을 의심케 하는 대목이 아닐 수 없다. 한편 재수생들은 상대적으로 높은 점수를 얻었는데, 읽기 능력의 신장 덕분이 아니라 맞추기 기술의 취득 때문이라는 진단 또한 우리를 씁쓸하게 한다. 이런 현상을 놓고 우리는 여러 각도에서 분석하거나 진단할 수 있다. 무엇보다 우리네 교육 제도와 현상 전반에 대한 반성적 진단이 요긴한데, 여기서는 그 발본적 관심에서 읽기 능력의 부실이라는 측면만을 더 숙고해보기로 한다.읽기 능력의 부실 현상은 비단 수험생들만의 문제가 아니다. 그전에 교육 담당자 및 전문가, 정책 입안자를 포함한 우리 사회 전반에 걸친 읽기 능력의 부실이 이런 결과를 가져오지 않았는가 반성해야 한다. 여기서 읽기의 대상은 물론 문자 텍스트에 국한되지 않는다. 사회·문화적 현상이나 정치·경제적 사태 모두가 읽기의 대상 텍스트가 될 수 있다. 대상 텍스트를 분석하거나 해석할 안목이 부족하거나 아전인수 격으로 해석하는 경우가 너무나 많다. 대상 텍스트도 읽을 줄 모르고 그것을 읽는 자신의 안목도 읽을 줄 모르는 경우가 많은 것이다. 특히 맹목적 현상 추수주의, 집단적 열정의 맹목적 쏠림 현상, 비합리적 이합집산의 속출 등 작금의 정치 현실은 그 폭넓은 부실을 여실하게 보여준다. 정치인들이나 대중뿐만 아니라 지식인들 역시 격랑 속에 있는 요즘의 읽기 대상 텍스트들 앞에서 정서적 반응을 보이는 경우가 많다. 본바탕의 깊은 진실을 읽어내는 것을 무척 힘들어한다. 더구나 문자 문화 시대에서 전자 문화 시대로 패러다임이 전환된 이후에, 읽기의 혼돈 현상은 더욱 가중된 것 같은 느낌이다. 어쩌면 우리 모두가 생소한 제시문을 바탕으로 출제된 언어 영역 문제 앞에서 한숨짓는 수험생 꼴이 아닌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