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투의 향기'란 어떤 향기일까. 두 쌍의 남녀가 제각기 상대방의 파트너에게 끌려 기묘한 사각관계를 이루는 줄거리의 책 <질투의 향기>는, 아마도, "질투에 눈이 먼 나머지 연인의 옷자락에서 다른 남자/여자의 향수냄새가 묻어난다고 착각했을 때의 향기"라고 대답하지 않을까.
'나'로 등장하는 데츠는 미노리와 동거하는 연인사이, 마사노 에이지와 마사노 사키는 부부다. 건축 프로젝트를 함께 하면서 만난 두 커플은 각각 상대편 파트너와 마음을 나눈다. 처음엔 미노리와 마사노 에이지가, 다음엔 '나'와 사키가.
그런데, 미노리와 에이지에 대한 '복수심'으로 뭉쳐진 사이일 뿐이라고 생각했던 '나'와 사키 사이에 진실된 감정이 싹트기 시작한다. 그럼 모두가 사랑을 얻었으니, 다 잘 풀린 건가? 천만에. 알고 보니 미노리와 에이지는 아무 관계도 아니었고, '나'와 사키는 지나치게 앞질러갔을 뿐이다.
그들은 자신의 파트너에 대한 지나친 사랑, 혹은 집착 때문에 때이른 질투를 '발견'해냈고, 그때문에 도리어 파트너와의 관계를 깨뜨려버렸던 것이다. 그들의 잘못된 집착은 존재하지도 않는 '질투의 향기'를 맡게했던 것이다. 눈에 보이진 않지만 몸에 입혀져 있는 듯한 향수향처럼.
아쿠타가와 상 수상작가 쓰지 히토나리가 만들어낸 주인공은 사랑에 집착하는 것처럼 '향기'에 집착한다. 주인공에게 있어 아로마 테라피스트인 애인 미노리는 '휴식'을 대변하는 라벤더향이거나 육감적인 머스크향이다. 불륜의 연인 사키는 '자르뎅 바가뗄'이라는 달콤한 플로럴 향이다.
이 느낌을 살리기 위해서인듯, 한국어 번역본에는 에스티 로더의 스프레이 향수 'Intuition'의 4ml짜리 견본품이 부록으로 딸려있다. 게다가 책의 오른쪽 아랫부분에 아주 작은 향수병만한 구멍을 직접 뚫어 책 속에 향수병이 들어가도록 디자인했다. 책은 비닐랩으로 싸여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