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란 시인이 시와 삶에 대한 사유의 기록을 담아 펴낸 산문집이다. 기존에 출간했던 사회평론집들과는 달리 지은이의 문학적 정체성이 드러나는 글들로 엮었다. 문학 에세이, 시 평론, 생활 에세이, 사회 평론 등 총 41편의 글을 수록했다.
지은이의 글은 그의 구분대로라면 시와 평론 등 '미적인 글쓰기'와 대사회적인 발언이 주를 이루는 '실용적 글쓰기'로 나뉜다. 그러나 이번 산문집에 실린 글들은 두 가지 글쓰기 사이에서 그의 지향점이 어떻게 만나는지를 생생히 보여준다.
온몸에 배어 있는 기독교의 가르침, 한국 여성으로서의 자의식, 지식인으로서 말해야 하는 소임 등 지은이의 문학적 토양이 되는 키워드가 특히 잘 드러난다. 이러한 키워드는 국가보안법 문제부터 시와 영성을 탐구하는 글까지, 매우 다양한 영역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난다. 이 다양한 글 안에 일관되게 담고자 하는 것은 머리말에서 밝히듯, '존재의 본질을 탐구하는 것'이다.
그의 글은 수식이 많지만 요란하지 않고, 현실의 부조리에 분노하지만 절망적이지는 않다. 공격적이지 않되 단호하다. 이는 그가 꾸준히 추구해온 '여성의 글쓰기'의 힘을 잘 보여준다.

머리말
1부 빛과 시
 천사가 내 몸을 툭, 치고 지나갔다
 타르코프스키를 만나다
 보라색 바이올린
가을, 음악 그리고 시
 몇 개의 노트
 사랑에 관하여
'아름다움'은 무엇일까
 언니와 나
 여름 번개, 아름다움의 원형
 절대적인 시적경험 - '그것'의 에피파니
 두 갈래 길
 바람에 나부껴 이어나는 풀
 오매, 미친년 오네
 원형적 중립지대의 탐색
 시와 영성
女神 심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