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리니나의 <악의 환영>은 휴머니즘과 희망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자신의 네 아이들이 유전자 조작 실험으로 태어난 특수한 아이들이라는 사실을 알고, 그들을 인간이 아닌 괴물이라고 여겨 9층 창밖으로 던져버린 어머니와, 장애인이 된 동생들을 혼자 힘으로 돌보면서도 꿋꿋하게 생활하는 이리나, 힘겹게 살아가는 이리나를 가엾게 여기는 아나스타샤와 따쉬꼬프, 혼자 몸으로는 움직일 수도 없지만 자신의 비상한 재능으로 미래를 개척하려는 꿈을 가진 나따샤와 그녀를 사랑하는 미론 등의 등장인물들은 이 삭막한 현대 사회에서도 인간미와 희망을 가진 사람들이 존재함을 보여준다.
반면 자신의 목적을 이루기 위해 비인간적인 유전자 실험을 자행하는 의사와 그 연구결과를 얻기 위해서 끔찍한 살인사건들을 저지르는 범죄조직의 우두머리 등은 잘못된 인간의 욕망이 얼마나 무서운 결과를 낳는지를 보여주고 있다. 작가는 이 소설에서 추리기법을 빌려 인간성 회복과 희망의 소중함을 역설하고, 인간성 상실의 위험을 경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