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르크스주의와 정신분석학은 과연 결합될 수 있는 것인가. 인간의 내밀하고도 강력한 욕구인 성충동에 관한 이론이 마르크스주의와 같은 사회혁명이론과 결합될 수 있을까. 만일 그것이 가능하다면 마르크스주의가 더욱 완벽한 것이 될 수 있지 않을까.
많은 사람들은 이러한 작업이 동키호테적인 넌센스라고 말한다. 마르크스주의의 이론체계 속에 그러한 문제는 이미 해결된 것이므로....그러나 프로이트와 함께 연구활동을 하였던 정신분석이론가인 라이히는 이러한 혹평에도 불구하고 그의 실험에 자신의 반생을 바친다. 이것이 비록 그가 입당했던 독일공산당의 비판과 파문에 의해 실패로 결말지어졌다 할지라도 마르크스주의를 더욱 풍부하게 넓히려 한 그의 시도는 값진 것이다. 또한 정신분석학이 노동자계급의 입장에서 사회개혁을 위한 이론적 무기가 되어야 한다는 그의 주장은 정신분석학의 정치적 중립성을 견지하였던 기존의 프로이트 학파로부터 외면당한다. 이처럼 라이히는 마르크스주의 진영과 정신분석학 진영 양쪽에서 모두 이단으로 낙인찍히고 잊혀진다.
빌헬름 라이히는 오스트리아 출신의 정신과 의사이자 프로이트 좌파로 분류되는 정신분석학자이다.그의 학문체계가 형성되었던 비엔나 시절을 거쳐 프로이트 그룹과의 이론적 대립，독일공산당 입당，사회혁명에 정신분석 이론을 대입하려 한 그의 당 활동，당으로부터의 출당，미국망명, 미국 FDA의 고발과 투옥，옥중의 연구활동，그리고 옥사로 이어지는 특별한 삶을 산 라이히는 그의 생애로써 성-정치학 이론의 준거를 보여준다.
정치 경제 사회 혁명은 성의 혁명과 구별되어서는 안되며 오히려 성의 혁명과 함께 수행될 때 완전한 사회혁명이 가능하다고 주장한 그의 이론이 비록 그의 당대에는 실패로 끝났다 할지라도 완전한 이론에 이르기 위한 밑거름이 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