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말기인 1899년에서 1967년까지 스님들이 제방선원에서 수행한 기록을 담은 방함록이 지난 6일 발간됐다. 조계종 교육원 불학연구소(소장 현종스님)는 지난 6일 역사문화기념관 회의실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근대 선원 방함록>을 공개했다.

방함록이란 선원에서 안거를 지낼 때 각자 맡은 소임과 법호, 법명, 나이, 소속 교구본사 등을 정리한 자료. 불학연구소 김광식 연구원(부천대 교수)은 “방함록은 중국, 일본 등 다른 불교권 국가에는 없으며, 우리나라에서 1899년부터 기록을 남기기 시작했다”며 “선원의 역사와 근현대 고승의 수행을 살펴볼 수 있는 귀중한 연구자료”라고 평가했다.

이번 공개된 자료집에는 해인사 퇴설선원, 수덕사 능인선원, 견성암 선원, 범어사 금어선원, 직지사 천불선원, 도리사 태조선원의 기록이 수록돼 있다. 가장 먼저 방함록을 문서화 한 곳은 해인사 퇴설선원. 1899년 경허스님이 해인사에서 정혜결사를 결성하면서 방함록을 제작했으며, 당시 작성한 방함록에는 제산, 용성, 초월스님 등 당대 선지식의 이름과 소임이 기록돼 있다. 또 경허스님이 직접 쓴 서문과 한암스님의 글씨 등이 수록돼 있어 근대 고승의 서지연구에도 자료적 가치가 높은 것으로 평가된다.

현종스님은 “개항기 이후 선풍을 진작시키겠다는 의지로 방함록을 작성해 문서화하기 시작한 것 같다”며 “한국불교의 근간을 이루는 선원과 수좌에 대한 연구가 매우 부족한 현실에서, 이 자료는 매우 활용가치가 높다”고 말했다.

근현대 방함록이 출판된 것은 처음 있는 일이며, 1967년 동안거부터는 수좌들의 모임인 선림회가 결성되면서 전국 선원의 방함록을 통합 제작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