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명한 국내외 작가들이 대거 동참한 가운데 천년고찰과 현대미술이 어우러진 예술의 향연이 펼쳐져 불교계 안팎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해인총림 해인사(주지 선혜스님)는 대장경세계문화축전의 특별행사로 오는 27일부터 11월10일까지 45일 동안 경내 일원에서 다양한 현대미술작품을 전시하는 ‘해인아트프로젝트 2013 마음 maum 心’을 개최한다.

문화체육관광부의 후원으로 사단법인 해인아트프로젝트, 이엔에이파트너스가 공동 주관하는 이번 행사는 대장경 조성 1000년을 기념하는 대장경세계문화축전의 일환으로 지난 2011년 출발했다. ‘마음(心)’을 주제로 열리는 올해 행사에는 구헌주, 김기철, 김시영, 노주환, 뮌, 안상수와 파티, 윤석남, 이이남, 임옥상, 천경우, 최병소, 홍지윤 등 국내 작가 21명과 쉴파 굽타(인도), 렁 미핑(홍콩), 인디라 존슨(미국), 페르난도 가르시아 도리(스페인), 피에트로 피렐리(이탈리아) 등 외국 작가 9명까지 모두 30명(팀)이 참여한다. 이들은 전통 사찰과 자연, 현대미술의 조화를 모색한 평면, 입체, 미디어, 설치 등 각자의 독특한 조형언어로 해석해 형상화한 작품 70여 점을 선보인다.

사단법인 해인아트프로젝트 사무국장 향록스님은 “1회 프로젝트가 대장경이 조성된 지 천 년을 기념해 과거의 시간을 기억하는 행사였다면, 이번 프로젝트는 앞으로 만들어가야 할 천 년에 대한 비전을 제시하는 행사”라며 “작가들은 마음이라는 주제를 통해 현대인에게 종교와 사찰이 어떤 의미로 다가가야 하는지 해인사가 갖고 있는 고민의 과정에 동참한다”고 의미를 밝혔다.

특히 올해는 해인사와 성보박물관 뿐 아니라 가야산 홍류동 계곡에서 해인사에 이르는 6㎞ 거리의 탐방로인 소리길 일대에도 작품을 설치한 것이 특징이다. 작가들은 이곳에 작품을 설치해 천 년 역사의 길 위에 다시 새 천 년을 여는 이야기들을 펼친다.

인도 출신 쉴파 굽타 작가는 소리길에서 해인사로 가는 길에 작은 메시지들이 담긴 돌 조각 100개를 바닥에 설치하는 ‘100 스텝스(100 Steps)’를 선보인다. “걷다가 힘들 땐 기도하며 쉼터가 되어주기도 하는 그런 부처님”을 표현하고자 했다는 박상희 작가의 마애불 ‘바위에 갇힌 부처를 보다’는 지난 시대의 불상이 가지고 있는 무게감과 근엄함을 드러내기 보다는 언제 어디서나, 조금은 편하게 만날 수 있는 친숙한 부처님이다. 불가에서 부처님의 손과 발을 의미하는 붉은 연꽃이 연상되는 주머니들은 해인사의 대적광전 앞마당에 설치한 천경우 작가의 ‘고통의 무게’도 눈여겨 볼만하다.

이와 더불어 홍콩 출신 렁 미핑은 스님들이 깎고 남은 머리카락을 모아 만든 2000여 개의 어린아이 신발로 이뤄진 작품 ‘미래를 기억하다 2013’을 출품한다. 또 윤석남 작가는 학대받고 버려진 유기견의 아픔을 달래고자 5년여에 걸쳐 제작한 작품 ‘1,025: 사람과 사람 없이’를 소리길과 해인사 경내에 설치해 유기견들이 자연의 품에서 슬픔을 치유하고 극락으로 가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았다.

김지연 해인아트프로젝트 큐레이터는 “실체가 없는 ‘마음’을 자기언어로 해석해 형상화하는 작업들을 선보이는 이번 전시를 통해 나 자신을 잊은 채 외부의 흐름에 휩쓸려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마음을 내려놓고 차분히 바라볼 수 기회를 제공하고자 한다”면서 “앞으로는 매년 행사를 개최해 지속성을 가진 프로젝트로 만들어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불교신문2945호/2013년9월1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