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鶴) 같이 못살지언정 까마귀(烏)처럼은 살지 않겠다는 자존심을 철학으로 지켜오면서, 원형이정(元亨利貞)의 순리를 따라 면학에 정진하며 선비정신으로 격변기를 살아온 여정의 반추물을 여러 형태로 작품화 하여 여기에 모았다”는 서문으로 시작한 장활헌(長活軒)은 평택임씨 평원부원군과 임견미(林堅味)파조의 16대손 장재(長齋) 경천(敬天)공의 해남군 해남읍 내사리 502번지에 위치한 당호(當號)이다.

 
덧붙이자면, 경천공 11대 조부인 제주목사 상무(尙茂)공이 해남으로 입향하여 500년을 살면서 승조사상과 교학을 가훈으로 삼고 대를 이어 선비정신을 바탕으로 수많은 후손을 배출시키며, 6대손 병욱(炳旭)까지 장활리에서 살다가 1979년 지금의 주인인 춘헌(春軒) 임상영(77, 林相榮) 선생이 2009년 양옥으로 신축 200여년의 역사라 할 수 있는 선산, 문헌, 서책, 유품 등 약 3,500점을 소중히 보관하고 있는 곳이다.

요컨대 장활헌(長活軒)은 후손의 화목과 애향사상을 담으면서 지역 문화발전과 계승을 목적으로 장활향토문화관(長活鄕土文化館)이라 이름 붙여 지역 역사의 뿌리와 사라져간 소중한 향토사학을 더듬어 볼 수 있는 귀중한 지역 문화유산의 뿌리(根)이자 보고(寶庫)며, 충효(忠孝)의 맥(脈)을 느낄 수 있는 원류(原流)라 정의할 수 있다.

 
장활헌은 후손의 화목과 애향사상을 담으면서 지역 문화발전과 계승을 목적으로 장활향토문화관이라 이름 붙여 지역 역사의 뿌리와 사라져간 소중한 향토사학을 더듬어 볼 수 있는 귀중한 지역 문화유산의 뿌리이자 보고며, 충효의 맥을 느낄 수 있는 원류라 정의할 수 있다. 
 
국사편찬위원회 사료조사위원이자 장활헌의 주인인 춘헌(春軒)은 ‘움직이는 역사박물관(歷史博物館)’이라 불릴 정도로 주위에서 이구동성(異口同聲)이다.

본인은 정작, “방안 퉁수”에 불가하다는 말로 자신을 애써 낮추려고 했지만, 500여개의 마을을 돌아다니며 직접 자료 수집한 서당에서 학교에 이르기까지의 변천사, 애끓었던 해남의 동학농민혁명의 숨은 진실, 해남의 근·현대 향토사연구, 파불양어해남(波不揚於海南)이라는 선비문화포럼 등등 그가 직접 집필한 자료 하나하나에는 열정의 혼(魂)과 발자취가 그대로 머금고 있었다.

이처럼 장활헌(長活軒)은 내부의 자체가 해남역사박물관이다. 아울러 해남역사를 알려면 춘헌(春軒)을 찾아가면 된다.

지금은 슬하에 5남매와 13명의 손자를 거느리는 대가(大家)를 이루었지만, 어린 다섯 살 나이에 가통을 이어받아야 했던 처절하고 시렸던 불행은 그를 더욱 강하게 만들어 주었다.

당시 다섯 살짜리 귀둥이는 칼바람과 삼복의 더위를 헤쳐 가며 전중병심(戰中兵心)의 자세로 16km 당재를 왕복하면서 수신제가(修身齊家)를 목표로 학문의 뜻을 버리지 않았다. 오늘날 그에게 책이라는 친구를 두게 되는 계기도, 좋지 않는 건강에도 쉼 없는 역사연구를 할 수 있는 것도, 남이 알아주지 않아도 묵묵히 해내는 투지와 승부근성 등은 모진 풍파를 헤쳐 왔던 지난 세월들이 분명 연료 역할을 했을 것이다.

“향토사 정리에 여생 바치고 싶습니다. 소원이 있다면 보관하고 있는 자료들을 펼쳐 놓을 수 있는 역사박물관을 세우는 거죠”라고 말하는 춘헌은 ‘움직이는 해남역사박물관’이라 불릴 정도로 정치, 경제, 사회, 문화를 총 망라해 해남의 근·현대사의 원류를 완성시켜가는 대업을 이뤄가고 있다.

국어교사를 역임한 춘헌은 책 읽기를 좋아 한다. 유달리 기억력이 좋았고 향토사 연구에 늘 마음을 두고 있었다.

1894년(고종31년) 동학교도와 농민들이 합세해 일으킨 대국민농민운동을 다룬 ‘해남동학농민혁명의 총괄’은 발생에서부터 진압되기까지 년, 월, 일이 상세한 기록과 포살 당한 사람의 이름 그리고 숫자까지 구체적으로 서술되어 있어 다시는 겪지 말아야할 비운의 역사를 독자에게 상기 시킨다.

또한 향토문화연구소 연구위원으로 해남문화원의 이름으로 발간한 ‘해남의 서당’은 역사 속으로 사라져간 100개가 넘는 해남서당을 문집과 함께 발굴하여 학교 이전의 학문 문화인 서당을 현시대에 재조명함으로써 배움의 원류를 들여다보게 했다. 아울러 폐교된 중학교를 발굴 그 열악한 공간에서 오직 후학을 기르겠다는 소임으로 학생들을 가르치다 승화하신 얼을 기리고 해남교육의 변천사를 한 눈에 볼 수 있도록 계획하고 있다.

춘헌은 30여 년 전부터 향토사에 심취했다. 자료 수집을 위해 해남 곳곳 가보지 않은 곳이 없다. 사람들의 증언을 토대로 자료를 수집하고 이를 체계화 해 마침내 책으로 완성시켜 갔다. 해남에 관한 자료는 쪽지 한 장도 보관할 정도고, 지역을 방문할 때면 꼭 문화원을 들려서 지역문화를 느끼고 온다는 춘원은 63년부터 지금까지 일기를 쓸 정도로 자기관리에도 철저하다.

 “예전에는 나의 지식욕 때문에 향토사를 공부했는데, 나이가 들자 내가 알고 있는 역사를 책으로 남겨 후손에게 돌려줘야한다는 의무감에 발품을 팔고 펜을 든다”는 춘헌은 “작은 역사일지라도 정리해두면 그 자체가 해남의 역사가 되고, 나아가 우리나라의 유구한 역사가 된다”는 말로 끝맺음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