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꺼운 양장본으로 나오는 대개의 마을지가 안고 있는 고민은 하나다. 저마다 다른 빛깔을 지닌 마을인데도 그 마을을 기록한 자료집은 '대동소이'하다는 점이다. 자연·지리, 역사유적, 행정, 교육, 산업 , 민속 등 마을 이름을 가리고보면 지역을 특정하기 어려운 유사한 내용들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제주도와 제주도문화원연합회(회장 신상범)가 펴낸 '일도1동 역사문화지'는 그런 점에서 여느 마을지와 차이를 보인다. 외양은 지금까지 익숙하게 봐온 마을지와 다르지 않지만 책장을 걷다보면 그곳의 생활사가 살아있다. 제주도내 읍면에 이어 동(洞) 역사문화지로는 처음 나왔다.

조선시대 제주목에 속했고 일도리로 불렸던 일도1동은 읍성 내부(성안)에 자리를 잡았다. 제주성안은 탐라국 이래 제주도 권력과 행정의 1번지였고 제주도 관문인 산지항과 가까워 이문화가 유입됐다. 일제강점기 일본인 거류지가 형성되고 한국전쟁 발발로 피난민 등이 대거 이주했다. 이 지역은 또한 옛 길이 확장되고 새 길이 잇따라 탄생했던 곳으로 물·전기·통신 혁명을 주도했다.

이번 역사문화지의 산업과 문화, 의식주 변천(외식업과 식문화) 분야에 그같은 여정이 담겼다. '일도 1동 사람들의 삶 이야기'란 이름 아래 10인의 원로 구술도 실렸다.

이중에서 '칠성통 문화'는 문화1번지 일도동의 면모를 확인할 수 있는 장이다. 일제강점기 1930~40년대를 시작으로 해방 직후~1950년대, 해방 후 칠성통 문화 50년을 촘촘히 정리해놓았다. '외식업과 식문화'에서는 1950년대 다방문화의 르네상스기 풍경 등을 만날 수 있다.

제주언론의 발상지도 일도동이었다. 제주 최초의 지방신문인 제주신보가 제주시 일도리에 있는 사원인쇄소를 임대해 창간호를 발행했던 때가 1945년 10월이었고 탐라신보(1952년 창간), 영주시보(1953), 제민일보(1960), 의회보(1960), 제주매일(1961), 제주신문(1962) 역시 일도1동(일도리)에 주소를 뒀던 언론사다. 제주 최초의 극장으로 알려진 '창심관'도 1930년대 초 일본인에 의해 일도리에 문을 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