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 의미에서>>에서 시인은 무의식을 의식의 조명 아래로 끄집어내는 작업을 힘겹게, 더디게 해낸다. 이 시집에서 '뿌리'나 '물' '아침' 등의 시어들은 그냥 일반의 의미를 말끔하게 지니고 있는 것이 아니라, 무의식의 우물에서 방금 건져올려 물기를 머금고 있는 어중간한 상태의 언어이다. 각각의 시어들이 그 나름대로의 크기와 채도의 그림자를 거느리고 있는 것이다. 그림자 부분이 의미를 가진 언어가 되기 전의 어떤 상태를 느끼게 하는데, 시인은 자기다짐이나 혹은 자기 최면 같은 어투로 그 그림자의 깊이를 조금씩 조금씩 성의있게 파들어간다. 결국 우리는 시인의 이러한 작업에서 언어를 통해 언어로 표현될 수 없는 세계에 가 닿는 특이한 체험을 하게 된다.

저자 : 임후성
 최근작 : <십자군을 물리친 이슬람의 위대한 왕, 살라딘>,<레오나르도 다 빈치>,<아침 신문 읽는 여인> … 총 7종 (모두보기)
소개 : 1968년 전남 장성에서 태어났다. 서울대 언어학과를 졸업했으며, 1994년 <문학과사회> 겨울호에 시를 발표하면서 시단에 데뷔했다. 시집으로 <그런 의미에서>가 있다. 옮긴 책으로는 그림책 <지구 둘레를 잰 도서관 사서>, <아침 신문 읽는 여인>이 있다.